전문가 4인 지상 좌담회
송한새 (사)기후솔루션 연구원
“산림 파괴를 통해 생산된 모든 제품은 이제 유럽시장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럼 그 제품들은 어디로 갈까요? 한국처럼 더 규제가 낮은 시장으로 갈 것이고, 이대로면 한국 소비자는 산림 파괴나 인권 침해를 거친 물건만 사야 할 수 있습니다.”
가치소비는 시대적 흐름이다. 환경·인권을 훼손한 제품을 거부하는 건 미래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로 부각되고 있다. 제품 제작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고 노동자 권리를 침해하면 아무리 결과물이 좋더라도 소비자 외면을 받는 시대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의 송한새 연구원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소비자가 이 같은 권리를 박탈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림 지속가능성과 관련, 국내에선 2018년부터 합법목재 교역촉진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법 벌채를 통해 생산된 제품 교역을 차단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9월 유럽 본의회를 통과한 규제안을 통해 불법 여부를 떠나 수입 자체를 금지하기로 했다. 즉, 2020년 말 이후 새로 산림을 파괴하고 조성된 땅에서 발생한 원자재나 가공품은 수입을 금지한다. 원산국에서 합법적인 개간이라 인정하더라도 수입할 수 없다. 이를 어긴 업체는 최대 매출의 4%까지 벌금을 부과한다.
국내의 경우 불법·합법의 판단 기준을 원산국의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 송 연구원은 “실제 현장에선 합법성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기업이 공급망 전반에 걸쳐 합법성을 확인하는 게 아닌, 원산국에서 합법이라고 인증하는 서류 하나만 있으면 끝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송 연구원은 EU의 규제안과 비교하며 크게 ▷공급망 전반에 걸친 실사 ▷불·합법 기준 탈피 등의 제도적 보완을 제시했다. 그는 “현 규제로는 공급망 단계에서 위조나 조작을 해도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제대로 산림을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려면 기업이 공급망 전반에 걸쳐 실사하고 이를 검증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송 연구원이 EU의 강도높은 규제 수준을 국내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결국 EU가 거부한 제품들이 규제가 낮은 국가로 유입될 가능성 때문이다. 그는 “한국도 규제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규제가 강화된 유럽 시장에 한국 기업들이 수출을 못 하게 될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엔 산림 파괴와 인권 침해와 연관된 기준 미달의 제품들이 대거 유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업체 글로브스캔이 최근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유럽 시민의 82%는 산림벌채 고위험 상품을 판매해선 안 된다는 데에 동의했고, 7%는 산림벌채를 일으키는 상품에 반대하는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까르푸, 세인스버리, 알버트하인 등 유럽 주요 마트는 아마존 산림파괴와 연관된 쇠고기 품목을 판매 중단하기도 했다.
그는 “해외에선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제품만 구매하는 소비자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국내 기업도 더 적극적으로 이런 부분을 강화한다면 국제적인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 연구원은 바이오매스의 친환경성도 반드시 점검해야 할 산림 관련 정책으로 꼽았다. 한 예가 목재 펠릿이다. 목재 펠릿은 원목, 벌채 부산물 등을 압축하고 성형해 만드는 작은 원통 모양의 연료로, 화력발전소는 이를 태워 전기를 만든다.
송 연구원은 “EU에서도 바이오매스를 재생에너지로 분류하고 있지만, 같은 양의 에너지 생산 대비 탄소 배출량만 보면 석탄이나 석유보다 더 높다”며 “설마나 실질적이 저감효과가 있을지 좀 더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 에너지가 아직 친환경성을 완벽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원료인데 이를 장려하고 보조금 지급을 하며 수입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수·최준선 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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