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제주친환경감귤 세자매반디농장 대표
연일 나의 친환경감귤 유기농인증 취소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비산에 의한 농약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비산이란 불가항력적인 요인으로 인근밭 등에서 바람이나 방제 소독시 날아오는 현상이다.
농부가 고의적으로 농약을 치지 않았다고 인정되면, 1,2차 시정조치를 한다.
관련법에서는 3차에서 인증 취소를 한다고 명시됐다. 하지만 현장의 농부가 비산에 따른 원인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는 하늘의 별이다. 절차와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과 돈마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친환경농법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나의 사례는 인증기관이 비산이라고 보지 않고, “농약을 사용했다”며 일방적으로 인증 취소한 경우다.
현재 비산 문제는 친환경 농업의 최대 화두다.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의 이야기를 적극 논의해 국가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 과정에는 농부와 소비자, 행정기관이 모두 모여야 한다.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는 오염되지 않은 지역이 거의 없고, 공기 자체가 이미 완전무결한 청정상태가 아니다.
전혀 농약이 나오지 않는 기준으로 인증심사를 하면 언젠가, 누구든, 농약이 검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어떨 때는 나오고, 어떨 때는 안 나오고”
“같은 시료도 다른 분석기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이같은 상황이 빈번한 게 현실이다. 농약 잔류분석기계 하나가 내리는 판정으로, 모든 피해는 농민이 감수해야 하는 게 지금은 유기농 인증시스템이다.
엄청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기계는 완전무결하다는 인식도 황당하다. 기계를 다루는 사람들의 실수도 있을 수 있고, 농약 검사를 하기 위해 시료 채취하다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
가정이지만 사람의 불순한 장난이 개입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인증기관은 농약이 검출되면 무조건 농부가 농약을 쳤을 것으로 몰아간다. 농약을 치지 않은 농부는 본인이 농약을 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추측을 한다.
“옆밭에서 소독하다가 바람으로 날아 왔는가?”
“방제시 소독기를 들고 경계선에서 방향을 틀다가 어느 순간에 어느 지점에 약이 분사되어 꽂혔는가?”
실제 나의 경우 인증기관 심사원이 시료 채취한 2~3m 앞에서, 그 다음날 직접 채취한 시료에는 농약 463종 불검출이 됐다.
시료 채취시 장갑, 가위 등이 오염되지는 않았는지, 시료 분석시 오염상태는 없었는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아도 현재 시스템으로는 농민들은 속만 태울 수밖에 없다.
인증기관은 “단 한번의 시료채취로 농약이 나왔다”며 농부가 “농약을 친 적이 없다”고 아무리 소명해도 들어주지 않는다.
바위에 계란치기.
농약을 본적도 없고, 친 적은 더더욱 없는 농부를 막무가내로 농약 친 것으로 몰아가는 억지 논리에 숨이 막혀온다.
분통이 터져서 결국 행정심판을 제소했고 결국 승소했다.
이를두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이겼다고 한다. 하지만 변화된 건 아무것도 없다.
비산인지 다른 이유인지를 모르지만 비산으로 그나마 증명을 해 보려고 온갖 농약 사이트를 다 찾았다. 옆 밭 방제내역과 대조하니 마침 같은 성분의 농약이 검출 되어서 증명을 해도 소명되지 않았다.
인증기관은 기상청 자료를 인용해 “방제한 날은 바람이 없었으니, 농약이 날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장마철이라 비가 내려서 씻겨 내려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한번 나와 보지도 않고, 책상머리 이론으로 모든 판단을 내렸다. 분통이 터지는 이유다.
바람도 비도 국지적으로 다른 게 제주다. 현장 상황은 전혀 점검하지 않은 채, 이론으로만 판단을 내려서는 안된다.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쓴 농부가 “과학적으로 증명을 못한다”며 끝까지 농약을 쳤다고 매도하는 상황을 겪어야 했다.
비산이라고 해도 온 밭이 다 농약이 나오는 게 아니다.
일부 어느 지역이 기준치 이하의 미량으로 검출되기에 개선책을 강구해 소비자에게 생산물이 갈때는 일정 시간이 경과 후, 다시 잔류농약 검사를 해서 안전성을 지킨다.
그래서 농약이 나오면 개선하라는 1차 시정명령을 내려서 농부가 비산 환경을 개선할 시간과 기회를 부여한다. 일방적으로 인증 취소를 당했다.
민간인증 기관으로 인증심사가 위탁 되면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을 여러 번 겪었다.
남편의 필지에서 두번이나 농약 소동을 겪었다. 농약이 나왔다고 해서 다시 검사해보는 중에 1차와 2차가 농약이 다르게 나왔다. 같은 시료 절반을 나눠 각각 다른 분석실로 보내니 또 다른 결과가 나왔다.
다시 채취해 분석하니 농약 불검출. 그해도 농부의 항변은 묵살되고, 인증 취소됐다.
농림품질관리원 제주지원을 7차례나 방문했다. 소명청원을 해도 결과는 인증기관의 판단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었다.
농부가 과학적으로 증명을 못하니 그대로 인증취소 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농사를 짓는 농부가 믿을 수 없는 인증제도는 누구를 위해 만든 것인가?”
친환경 농부가 사라지면 그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입게 된다. 친환경 농산물은 찾아 볼 수가 없으며 있다 해도 금값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은 30%정도 가격을 더 받지만, 생산량이 절반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소득으로 치면 타산이 안 맞아서 기피하는게 친환경 농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스스로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들을 상대로, 엄청난 피해를 당하게 하고도 면피할 생각만 하는 게 너무나 화가 난다.
나는 평화주의자이고, 선량하고 정직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라 자부한다.
나와 같은 억울한 일을 당한 전국의 농민들이 다 들고 일어나기 전에 인증제도를 개선하고,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기 바란다.
부당한 일을 계속 겪느니 차라리 친환경 농사를 접겠다.
그리고 결사항쟁의 각오로 끝까지 싸울 것이다.
si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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