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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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 “부서 막내인데 배달 음식을 같이 안 먹었다는 이유로 선임이 재수 없다는 내용의 사내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유 없이 머리를 뜯고 가기도 해 팀장 면담을 하고, 가해자 분리도 요청했지만 회사는 아무것도 해 주지 않았어요.”

수 많은 직장 내 괴롭힘 사례 중 하나입니다.

안타까운 건 올해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할 가능성은 커졌지만 신고하기는 더 어려워진데다, 앞으로 이를 인정 받는 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늘어난 직장 갑질…신고는 더 어려워졌다

현직에서 종사 중인 노동전문가, 변호사, 노무사 150여 명이 함께하는 민간공익단체인 직장갑질119에서 올해 조직 진단 점수를 작년과 비교했더니, 10점 이상 점수가 떨어진 지표 8개 가운데 7개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관련 지표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직 진단 지수는 휴가, 평가, 위계, 소통 등 ‘조직 만족도 평가’와 예방, 대응, 사후 조치 등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평가’로 구분됩니다. 점수가 낮은 지표일수록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죠.

그런데 가장 큰 폭으로 점수가 하락한 지표가 바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 신원 보호’였어요. 이 지표는 51.7점으로 지난해 64.2점보다 12.5점 떨어졌습니다. 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이후 복귀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울 것’ 11.9점(66.5점→54.6점),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더라도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것’ 11.6점(66.3점→54.7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해도 줄어들지 않을 것’ 11점(68.1점→57.1점) 등의 점수 하락 폭이 컸습니다. 이는 직장인 상당수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지난해보다 신고하기 어려운 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직장 내 갑질은 더 빈번해졌음을 유추할 수 있는 지표도 있습니다. 이를 테면 ‘임원이나 상사에게 예의나 의전을 갖추라고 요구한다’는 지표 같은 것인데요, 이 지표는 지난해 69.7점에서 올해 59.3점으로 10.4점 낮아졌습니다. 실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직장인들도 지난해보다 늘었어요.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6월 실시한 조사에선 직장인 29.6%가 최근 1년 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는데, 올해 9월 조사에선 이보다 훨씬 많은 35.9%가 그렇다고 답했거든요.

'지속·반복성' 있어야 직장갑질로 인정?

직장 내 괴롭힘 [게티이미지뱅크]
직장 내 괴롭힘 [게티이미지뱅크]

상황이 이런데,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기 위한 ‘조건’은 더 까다로워 질 것 같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2년간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연구용역을 두 차례 발주했어요. 그 중 하나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지난 3월 고용부에 제출했는데요, 제목은 ‘직장 내 괴롭힘 분쟁 해결 방안 연구’입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주관적 해석에 의존하는 현행 직장 내 괴롭힘 정의를 지속성·반복성 등 객관적 기준이 반영되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어요. 객관적 기준이 없어 허위신고 등 혼란이 발생하고, 허위신고자 중 다수가 보상을 먼저 요구하는 등 악용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 때문인데, 이대로라면 아무래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인정’이 더 어려워 질 수밖에 없겠죠.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직장 내 괴롭힘 분쟁 해결 방안 연구' 보고서 일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제공]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직장 내 괴롭힘 분쟁 해결 방안 연구' 보고서 일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제공]

물론 보고서엔 단 한 번만이라도 괴롭힘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행위도 규정해뒀어요. 폭력, 폭언, 성희롱, 부서이동 및 퇴사강요, 부적절한 의심 및 누명, 모욕적인 언행, 부당 징계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다만 업무능력·성과 미인정 및 조롱, 승진·보상 차별, 힘들고 꺼리는 업무 몰아주기, 주요 의사결정에서의 배제, 휴가 및 복지혜택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압력, 일하거나 휴식하는 모습의 지나친 감시, 회식참석 강요 등에 대해선 ‘3개월 이상 지속됐고, 평균적으로 주 1회 이상 반복’돼야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토록 하자는 것이죠. 그럼 3개월은 무조건 참으라는 말이냐? 물론 단서 조항도 있어요. 석 달이 안 돼도 12~13건 이상의 기록이 있으면 괴롭힘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거예요.

다른 하나는 고용부가 지난 4월 노동법이론실무학회에 의뢰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개선 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예요. 이 보고서는 12월 15일까지 고용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어요. 다만 최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을 보면, 직장 내 괴롭힘 ‘기준’을 바꾸는 작업은 이뤄질 것 같아요. 지난 1일 청년들을 만난 이 장관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법상 판단기준 보완, 노동위원회의 조정·중재, 판단 절차 도입 등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거든요. 앞서 발표된 ‘직장 내 괴롭힘 분쟁 해결 방안 연구’를 보면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법상 판단기준 보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무사들은 “괴롭힘 피해자 10명 중 1명만이 신고를 하는 게 현실”이라던데, 어렵게 신고를 해봐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도 받지 못한다면 누가 신고를 할까요. 〈오늘만 사는 여자〉라는 에세이를 쓴 성영주 작가는 직장에서 겪는 부조리에 대해 “회사가 군대야? 군대면 이래도 돼?”냐며 당돌하게 따지자고 제안합니다. 성 작가가 이렇게 제안할 수 있는 건 지난 2019년 7월16일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규정한 근로기준법(근기법) 개정안’ 덕분 아닐까요. ‘법상 판단기준’이 바뀌면 앞으로 평범함 ‘미생’들은 괴롭힘을 당해도 적어도 석 달은 참고 견디거나, 12~13건의 괴롭힘을 이겨내야만 ‘깨갱’이라도 한번 해볼 수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서네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현역 노무사 150여명이 일하는 민간공익단체인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괴롭힘을 당한다면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김용훈의 먹고사니즘]은 김용훈 기자가 정책수용자 입장에서 고용노동·보건복지·환경정책에 대해 논하는 연재물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나 부족함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제보()해 주세요. 많은 이가 공감할 수 있는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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