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택배기사 이모(48) 씨는 동서남북을 정신없이 뛰다 보면 한 달에 주정차 위반 고지서를 평균 5건 이상을 받는다.

최근 접촉사고로 한동안 병원신세를 지는 바람에 수입도 없다보니 과태료를 낼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관할 구청에서 이런 사정엔 눈 감은 채 독촉만 하더니 결국 전자 예금을 압류시켜 친구에게 돈을 빌려 과태료를 납부했다.

대전광역시 중구에 사는 김모(53)씨, 난데 없이 주차위반 독촉고지서를 받고 아연실색했다. 무려 18년 전 주차위반 사항이 적혀있었기 때문. 알고 보니 관할 구청이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23년간 과태료 체납 기록을 이잡듯이 모두 뒤져 독촉고지서를 발송했다. 김씨는 “당시 주차위반을 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며 “구청에서 보내온 독촉고지서가 맞다는 증거도 없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체납 과태료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유는 뻔하다. 무상급식이나 기초연금 등 쓸 돈이 많아진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의 취득세(지방세의 30%이상) 영구인하조치로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살림이 더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이다.

체납 세금은 국가와 광역시ㆍ도(광역자치단체), 시ㆍ군ㆍ구(기초자치단체)가 나눠가져야 하지만 주정차 위반이나 쓰레기 투기 등에 붙는 과태료는 해당 지자체 몫이어서 지자체 입장에선 과태료야 말로 알짜 수익이나 다름없다.

청주시 서원구는 10일 지방세 체납자 290명에게 신용카드 압류 예고문을 발송했다. 앞서 서원구 지난달 15일 체납자 99명의 체납액 1억7600만 원에 대한 급여압류를 시행했다.

대전 대덕구는 이번달 말까지 지방세 체납액 일제정리기간으로 정하고 미납자에 대해서는 재산조회 후 부동산ㆍ차량의 압류 및 공매, 자동차번호판 영치, 관허사업제한, 금융재산 압류, 신용정보 제한 등의 징수활동을 실시 중이다.

서울 서초구는 이번 달부터 주정차위반 과태료 400만원 이상인 고액 체납자 58명에 대한 전자 예금 압류에 들어갔다.

서초구는 앞으로 개인별 체납액 50만원 이상인 1만 2000여명까지 단계적으로 예금 압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서초구는 전자 예금 압류 시스템과 채권 추심회사의 신용정보 중개 서비스로 과태료 체납자 이름으로 된 예금을 온라인 조회, 압류ㆍ추심하고 있다.

예금이 압류된 체납자는 과태료를 모두 납부, 압류가 해제될 때까지는 압류금액에 대해 예금인출을 할 수 없게 된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 2013년부터 세외수입 체납액 집중 정리 기간 관리부서 및 구별 징수 목표액을 할당하고, 직장인의 급여와 휴면공탁금, 예금 등 각종 채권을 압류ㆍ추심하고 있다.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해서는 실태조사 후 관허사업 제한, 신용정보 공개, 자동차번호판 영치 등 유형별로 차별화한 체납 처분을 실시 중 이다.

안전행정부는 지난해 4월 지방세입정보과를 신설, 체납과태료 세외수입 전단조직을 만든 후 ‘지방세외 수입 우수사례 시상 및 발표회’를 통해 누락ㆍ신규 지방세외수입원을 발굴하거나 징수관리 우수 지자체를 선정, 표창했다.

이 발표회에서 인천시는 개별시스템 활용으로 도로점용료 등 세외수입원 111억원을 발굴해 누락ㆍ신규 지방세외수입 분야 대상을 차지했다.

대전 대덕구도 징수 전담조직을 신설, 체납액을 전년 대비 14.7% 이상 더 거뒀다는 이유로 체납 등 징수관리 효율화 분야에서 표창을 받았다.

또 대전시와 세종시는 체납 과태료를 잘 걷어오는 공무원에게 각각 연간 840만원, 200만원까지 포상금이라는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건전한 납세 풍토 조성과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체납처분을 실시하게 됐다”며 “솔직히 체납 과태료 징수는 부족한 복지재원을 위해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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