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이후 4차례 합헌 선고 기본권침해등 폐지론 힘얻어…법조계 내부도 ‘위헌론’ 솔솔

#. 2010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A(33ㆍ남)씨는 이듬해 연인 B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그러나 A씨는 그 후 사법연수원 동기 C(30)씨와 3차례 불륜을 저질렀다. 한 번은 A씨가 유부남임을 안 뒤였다. 남편의 외도에 B씨는 결국 자살을 택했다. 1심 법원은 지난 16일 간통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하고 C씨는 무죄로 풀어줬다.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사법연수원 간통사건’의 전말이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오랜 간통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26일 간통죄 처벌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열 예정이다. 헌재는 1990년 이후 4차례에 걸쳐 간통죄에 대해 합헌 선고를 내린 바 있다.

이번에 위헌 결정이 나오면 1905년 공포된 대한제국 형법대전 이후 110년 만에 간통죄가 사라지게 된다.

▶간통죄 110년만에 폐지?…법조계 내부서 ‘솔솔’=이번 헌재 결정을 앞두고 법조계에선 간통죄가 위헌으로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990년 간통죄에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은 3명에 불과했지만, 가장 최근인 2008년엔 5명(1명은 헌법불합치)으로 늘어 위헌정족수(6명)까지 위협했다. 한 판사는 “위헌 결정이 날 수 있어 실형 선고를 꺼리는 분위기”라면서 “죄질이 불량하지 않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간통죄 성립요건이 지금보다 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1월 이혼소송 중인 아내와 바람을 피운 남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사실상 혼인이 파탄 난 상태라면 불륜을 저지르더라도 배우자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이보다 앞선 2011년 8월엔 의정부지법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바 있다.

▶간통죄 유명무실化…폐지론 힘받나=변화된 사회상이 변수로 작용할 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간통에 대한 인식이 급변하면서 간통죄가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 비밀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폐지론이 힘을 얻고 있다. 기혼남성의 36.9%, 기혼여성 6.5%가 결혼 후 간통 경험이 있다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최근 연구 결과는 간통죄가 기혼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무색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간통죄로 재판까지 가는 경우도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2013년 접수된 연간 간통사건 3015건 가운데 기소 건수는 단 782건에 그쳤다. 반면 불기소 처분은 2110건으로 70%에 달했다. 또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실형을 사는 경우는 드물다. 간통의 법정 최고형은 징역 2년형이지만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실정이다.

▶간통죄 위헌시 구제대상은?=헌재에서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나올 경우 구제대상이 얼마나 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 헌재에서 간통죄가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1953년 법 제정 이후 유죄 확정 판결 받은 10만여명이 재심과 형사보상을 청구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국회가 지난해 헌재의 요청으로 헌법재판소법을 개정, 소급 적용 대상을 마지막 합헌 결정(2008년 10월 30일) 이후로 한정시킴에 따라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번에 위헌 결정이 나더라도 재심 대상자는 3000여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간통죄 유지국가 극소수=해외에서도 간통죄는 사라지는 추세다. 프랑스,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 대부분의 서유럽 선진국들은 간통죄를 폐지했다. 우리나라처럼 간통 남녀 쌍방 처벌하는 국가는 북한, 대만, 필리핀과 미국의 일부 주에 불과하다.

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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