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50대 아빠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인터넷에 ‘50대’라는 키워드를 쳐보면 대충 그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삶을 비관해 자살했다는 50대 소식이나, 퇴직을 걱정하거나 구직활동에 여념이 없는 50대 아빠들,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삶을 살아가는 기러기 아빠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어두운 측면을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얻은 사회적 지위를 이용한 사기사건 소식이나 때 아닌 성추행, 성희롱 사건 같은 것들이 50대라는 키워드에 들어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이 어느 쪽이든 50대 남성들의 삶은 행복보다는 불행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경제적으로 보면 50대 아빠들은 60대 아빠들이 누리던 개발시대의 상대적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다. 윗세대와는 달리 갑자기 조기 퇴직이 일반화되어버린 이들의 삶에서 ‘인생의 이모작’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정도의 연배로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경륜과 위치를 차지할 만하지만 퇴직 후 현실로 내몰린 50대 아빠들은 그것이 초라한 아르바이트라고 해도 마다할 입장이 못 된다. 실제로 한 구직사이트에서 집계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 50대 아빠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르바이트는 운전직이나 경비일로 밝혀졌다. 수명이 늘어나고 건강도 과거와는 달라 여전히 일할 수 있는 그들이지만 상대적으로 50대 아빠들을 위한 일자리는 창출되지 않고 있다.

그러면 이렇게 일로만 살아오던 아빠들이 돌아온 가족에서의 위치는 어떨까. 그나마 위안이 되어야할 가족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최근 방영된 SBS <아빠를 부탁해>를 통해 발견되는 건 이 사회적으로는 성공한 50대 아빠라도 가족 내에서는 결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이경규, 조재현, 강석우, 조민기. 이 50대 아빠들은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존재로서 오래도록 살아왔지만 이제는 20대로 성장한 딸들과 대화조차 어색한 관계라는 걸 보여줬다. 집안에서 하루 종일 나누는 대화가 고작 몇 마디에 불과하고, 수십 년 동안 아빠와 딸이 함께 무언가를 해온 기억조차 없는 아빠와 딸의 관계. 이 프로그램이 50대 아빠들을 데려다 어떤 변화를 모색하려는 이유 중 하나다.

나이 오십 먹도록 밖에서 치열하게 일만 하며 살아온 50대 아빠들은 치열한 노력 끝에 겨우 가족의 생계를 유지해냈지만 결과로 돌아온 건 그렇게 쌓아온 사회적 지위마저 하루아침에 버리고 다시 일에 뛰어들어야 하는 냉혹한 현실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힘겨운 건 그렇게 오래도록 가족을 위해 살아왔다고 생각해왔지만 그 삶 때문에 가족과 한껏 멀어져 버린 관계의 괴리감이다. 바깥에서 치이고 안에서 투명인간 취급받는 이런 삶. 이건 과연 인간다운 삶일까. 저마다 한 분야의 베테랑이 될 만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안팎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이 애매한 위치에 끼여 버린 50대들에 대한 관심. 경제적으로도 또 사회적으로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