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KBS 1TV 대하사극 ‘징비록’은 성애 류성룡의 저서를 브라운관으로 옮겨온 드라마다. 배우 김상중이 류성룡으로 열연하는 이 드라마는 연기력이 검증된 중견배우들로 화려하게 상을 차렸으면서도 딱 한 사람 이순신만큼은 뒤로 숨겼다. “나라와 백성을 지키고자 했던 혁신 리더 류성룡이 임진왜란 7년을 온몸으로 겪은 뒤, 국가 위기관리 노하우와 실리 위주의 국정 철학을 집대성하여 미리 나라를 강하게 만들어 환란을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후세에 전하고자 집필한 동명의 저서를 통해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십을 돌아본다”는 기획의도만큼 드라마는 ‘문신’ 류성룡과 선조에게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러나 시청자의 관심은 이미 지난해 극장가를 태풍처럼 쓸고간 ‘명량’의 기세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배우가 누구인지 공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징비록’과 함께 이순신, 이순신 역 배우는 연관 검색어로 내내 따라온다. 임진왜란에서 이순신이라는 명장을 빼놓은 채 풀어갈 수는 없으면서도, ‘징비록’을 드라마의 타이틀로 가져온 상황에 이순신의 비중과 관심이 커가는 것도 제작진으로서는 난제일 수밖에 없다. 류성룡을 연기하는 배우 김상중은 앞서 지난 5일 진행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임진왜란 하면 이순신 장군의 해전을 많이 떠올리지만, ‘징비록’은 해전이 일어날 당시 육지에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조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뿐 이순신의 해전과 업적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이순신이 누가 될 건지는 큰 기대 안해도 된다. 비중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징비록’에 끝내는 등장할 이순신의 얼굴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도무지 막을 수가 없다.

이미 ‘징비록’은 첫 장면부터 이순신을 소환했다. 류성룡이 ‘징비록’을 저술하며 이순신을 회상하는 장면이었다. 물론 화면에선 이순신의 얼굴은 비추지 않는 것으로 지나갔으나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이순신 역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방송분에선 류성룡이 이순신을 천거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며 시청자들의 관심은 더 뜨거워졌다.

조정에선 이순신을 천거한 류성룡에게 반기를 드는 세력이 적지 않았다. 이덕형(남성진 분)은 “이순신은 무예의 재주가 좋지만 연줄은 대감 뿐이고 한때 파직 당하고 백의종군까지 당한 인물”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자 류성룡은 “재주는 많지만 연줄은 없고 고지식해 적들이 많기 때문에 이순신이여야 한다. 내가 오해를 받더라도 변방이 튼튼해지면 좋은 것 아니겠느냐”고 반박했다.

또 서인들은 “계급이 갑작스레 뛰어오르고 백의종군과 파직한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하지만 류성룡은 “옳지 않은 것과 타협하지 않고 명예를 생각하기 때문에 백의종군했다. 또 뇌물을 주지 않는 강직한 성격에 윗사람들의 미움을 받은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라고 말하며 전란을 잡을 장수로 이순신을 천거했다. 류성룡이 완성한 이순신의 존재감이다.

조정을 뒤흔든 이순신의 강력한 존재감은 브라운관 밖에서도 이어졌다. 이순신은 여전히 등장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시청자들은 성웅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그 무게감을 끌어안을 배우로 누가 간택될 것인지에 대한 기대이기도 하다. 한 드라마 관계자에 따르면 제작진은 현재에도 이순신 역할을 놓고 여러 배우들을 두고 논의에 한창인 상황이다. 앞서 이순신의 비중 문제를 고민하던제작진이 이순신 역할은 내레이션으로 대체할 것이라던 풍문은 역시 풍문으로 그친 상황이다.

‘징비록’은 현재 총 6회분이 방영, 지난 1일 방송분 기준 9.5%(닐슨코리아 집계)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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