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SBS의 전략적인 편성효과가 첫 방송과 함께 나타났다. 2%대에 그쳤던 주말드라마 한 편을 과감히 폐지하고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두 편의 예능 프로그램을 배치하자 시청률은 껑충 뛰었다.
SBS는 최근 봄 개편을 통해 개국 이래 지난 24년간 편성하며 오후 8시 메인뉴스, 9시 주말드라마 띠를 만들었던 전통을 깼다. MBC 주말드라마가 방송3사를 장악한 시간대에 시청률 경쟁에서 밀리며 광고 매출마저 하락했던 위기를 타개하고자 내놓은 전략은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의 배치였다. 이에 따라 21일 오후 8시45분에는 가족예능 ‘아빠를 부탁해’가 첫 방송됐고, 22일에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첫 방송됐다.
일단 첫 번째 성적표는 만족할 만한 수치다. 닐슨코리아 집계 기준 ‘아빠를 부탁해’는 전국 7.0%, 수도권 6.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작이었던 주말드라마 ‘떴다 패밀리’의 마지막회 시청률인 2.3% 보다 4.7% 포인트나 상승한 수치이며, 동시간대 방송된 KBS2 ‘연예가중계’가 기록한 4.6%보다 2.4% 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날 방송된 ‘아빠를 부탁해’의 분당 최고 시청률은 12.6%까지 치솟았다. 50대 스타 아빠와 20대 딸의 소원해진 부녀 관계의 회복을 그리는 과정을 담은 리얼 부녀 버라이어티로 이경규 조재현 강석우 조민기가 출연하는 ‘아빠를 부탁해’의 최고의 1분은 이경규가 딸 예림이와 병원을 찾아 각종 검사를 하던 장면이었다.
특히 SBS에 따르면 이날 방송된 ‘아빠를 부탁해’ 2049 시청률은 4.7%로 토요일 프로그램 가운데 전체 5위를 차지했다. 동시간대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장미빛 연인들’이 기록한 20% 초반대의 전국 기준엔 한참을 미치지 못하지만 ‘아빠를 부탁해’의 경우 2049 시청률 만큼은 대등한 경쟁을 폈다. ‘장밋빛 연인들’의 2049 시청률은 5.8%였다. 2049 세대는 이른바 ‘광고세대’로 불린다. 구매활동이 가장 왕성한 이 세대의 시청률이 광고 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SBS 관계자는 “‘아빠를 부탁해’ 시청층 가운데 49세 이하 연령층의 비중은 77%이며, 동시간대 프로그램 ‘장미빛 연인들’이 43%, KBS ‘9시 뉴스’가 36%인데 비해 젊은층의 관심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자체 분석했다.
‘개그콘서트’의 아성에 도전한 ‘웃음을 찾는 사람들’은 전국 5.9%, 수도권 6.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 20일 금요일 오후 11시20분 방영분이 기록한 4.7%보다는 소폭 상승했으며, ‘떴다!패밀리’보다도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이날 ‘웃찾사’의 분당 최고 시청률은 8.3%로, 강성범과 코미디 경험이 전무한 스무살 새내기 정승우가 선보인 신규 코너 ‘모란봉 홈쇼핑’이었다. 또 다른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전국 5.4%, 코너별 최고 시청률은 마찬가지로 ‘모란봉 홈쇼핑’으로 7.3%를 기록했다. 주시청층은 여성 40대로 시청률은 무려 6.9%에 달했다. 남자 40대에서도 6.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봄 개편을 통해 대대적인 편성 변화를 꾀한 SBS의 출발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오랜 시간 8시대 메인뉴스와 9시대 주말드라마를 배치하며 지상파 주말 편성의 틀을 만들었던 SBS의 그 어느 해보다도 파격적인 변화였다. 사실 SBS의 주말 9시대는 처참했다. 이미 지난해 ‘원더풀 마마’, ‘열애’, ‘기분 좋은 날’이 조기 종영됐고, 막장 탈피라는 명분이 무색하게도 ‘모던 파머’는 참신성과는 별개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급기야 ‘떴다 패밀리’는 2%대로 시청률이 하락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주말드라마 폐지설이 그간 수차례 나돌았지만, 결단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프로그램의 시청률 하락은 광고수입의 급감으로 이어져도 드라마 한 편이 거둬들이는 기대수익과 방송사 간의 미묘한 경쟁심리 등은 기존 편성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방송사 관계자들의 설명인데, 이에 비춘다면 SBS의 이번 개편은 상당히 과감한 편이었다.
앞서 SBS 측은 이 같은 개편에 대해 “막장드라마 대신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편성해 9시를 건강하고 유쾌한 가족 프로그램 시간대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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