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수수료 문제는 당국 핑계를 대서는 안된다. 은행 스스로 전략적 판단에 따라야 한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일 금융지주사 전략 담당 임원들과 만난 간담회에서 수수료 규제에 대한 은행권의 볼멘 소리에 일침을 가했다.

한 금융지주사 임원은 “예대마진이 줄어 은행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수료 규제를 풀어달라”면서 “일반인들이 은행 수수료가 공짜라는 인식을 갖고 있고 금융당국도 수수료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수수료를 지도나 지시한 적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조사해보니 은행 수수료 가운데 당국이 지시하거나 기존 규제가 유효한 것은 전체 수수료의 25%에 불과하더라”면서 당국 핑계를 대면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 위원장은 말이 나온 김에 수수료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겠다면서 당국의 입장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수수료는 은행이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 스스로 깎아주는 것 아니냐”면서 금융 당국의 규제 때문이라는 것은 지나친 평가라고 얘기했다. 또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은 수수료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고객이 은행의 수수료를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히 공시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임 위원장은 “은행 스스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면서 “정당하게 노력하라”며 일침을 놨다. 임 위원장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당국 관계자는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인 격”이라며 은행권의 제안을 비판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이날 건의에 대해 “총대를 맸다”는 분위기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수수료 규제가 없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말 자체는 잘못이다. 하지만 금융 관치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 규제가 없다고 하지만 은행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해외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은행 수수료가 턱없이 낮고 예대 마진이 감소하면서 수수료라도 올려야 하는데 한국식 ‘눈치 보기’라는 것 때문에 수수료를 마음대로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서 ‘서민 경제’라는 것 때문에 카드 수수료 등 금융 수수료 인하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규제가 없다고 해서 진짜로 없는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임 위원장은 서민ㆍ기술금융 같은 정책금융으로 인해 은행들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서민금융은 은행보다 저신용자 심사ㆍ관리에 특화된 캐피탈, 저축은행 등 다른 곳에서 분담하게 해달라는 은행권 임원의 건의에 대해 임 위원장은 은행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제2 금융권보다 은행이 더 잘할 수 있다”며 “금리를 조금 더 올리더라도 은행이 나서야 한다. 같은 금리라면 서민들은 은행을 더 원할 것”이라며 시중은행에게 10%대의 ‘중(中)금리’ 대출 상품을 취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금리를 다양화 하기 힘들다면 저축은행과 연계영업을 활성화 해달라”고 지주사들에게 주문했다. 은행에 찾아왔지만 대출 자격이 안된 소비자들을 저축은행에 소개해주라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이를 통해 서민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가자고 말했다.

기술 금융에 대한 입장도 단호했다.

임 위원장은 “은행들이 담보 위주의 여신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당국의 입장은 변함없다”며 “TCB 등 제대로 기술력을 평가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은행 수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성장성과 장래성을 잘 판단한다면 오히려 부실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면서 기술금융 대출 뿐만 아니라 투자 분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와 관련한 전반적 개혁방안을 다음주에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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