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지난 2004년 통합 거래소 출범 이후 공공기관 지정 등 한국거래소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동안 글로벌 거래소들은 경쟁적으로 지주회사로 틀을 바꿔 빠른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더이상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은 거래소의 지주회사화를 미루거나 기업공개(IPO)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가칭 ‘한국거래소지주’를 설립해 거래소를 지주회사 구조로 전환하고 지주 산하에 코스피거래소, 코스닥거래소, 파생상품거래소, 코스콤, 청산회사 등을 두는 내용의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감시기능은 독립된 비영리 시장감시법인이 통합 수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국거래소지주’의 모습은 일본과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선진 거래소가 취한 수평형 지주회사 구조와 흡사하다.

시장간 자율과 경쟁 촉진을 위해 유가·코스닥·파생상품시장이 상호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게 돼 시장의 독점 체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2부리그 시장’이라는 오명을 듣던 코스닥이 유가증권시장과 대등한 자회사로 설립되면 코스닥만의 차별화된 성장 전략 추진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자율규제(비영리 규제자회사 수행)와 청산기능(지주회사 수행)이 시장운영과 분리되기 때문에 IPO 때 이해 상충의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거래소(JPX)의 경우 비영리 증시 자율규제기관(SRO)를 별도 자회사로 분리해 정부의 이해 상충 우려를 해소하고 있다.

특히 완전 분리된 자회사들이 해외 거래소와의 인수합병(M&A)이나 전략적 제휴, 사업 다각화 등을 추진하기가 손쉬울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자회사를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사업다각화와 글로벌 M&A를 통해 수익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IPO를 통해 해외 거래소와 경쟁할 수 있는 자금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홍콩거래소의 경우 지난 2012년 업무영역을 일반상품까지 확대하면서 영국의 ‘런던금속거래소’를 인수하기도 했다. 일본과 싱가포르 거래소를 포함해 나스닥과 두바이 거래소 등이 대표적인 전략적 제휴 사례다.

이같은 수평형 지주회사 구조는 자회사 설립과 인수를 통해 다양한 사업부문 진출을 물론 사업성이 없는 경우 자회사를 폐쇄해 손쉽게 철수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그동안 거래소의 지배구조와 운영구조가 다른 나라에 비해 뒤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지주회사 전환과 IPO를 통한 자본 조달로 사업 다각화와 업무 영역 확대, 해외 거래소와의 협력 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gr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