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번 설에도 지상파 방송3사는 ‘아이돌 천하’다. 탄탄한 팬덤을 갖춘 아이돌그룹을 주인공으로 앞세워 시청층 확보에 나서려는 전략이다. 그 결과 지상파 3사에 아이돌이 주인공이 된 프로그램은 총 5편이다. 아이돌그룹 멤버들이 패널이나, 여러 주인공 중 하나로 참여하는 프로그램까지 더하면 숫자는 또 늘어난다.

명절 안방에서 아이돌그룹 멤버들의 시도는 다양해졌다. 노래와 춤만 선보이는 것은 아니다. 도전종목은 나날이 방대해진다.

‘아이돌 스타 육상 씨름 풋살 양궁 선수권 대회’(MBC)에선 총 300명의 아이돌을 소환해 위험천만한 운동경기를 벌인다. 소속사 사장님 앞에서 장기를 선보이며 연예기획사 간 경쟁(SBS ‘사장님이 보고 있다’)도 한다. 걸그룹 멤버들은 ‘머슬퀸 프로젝트’(KBS2)를 통해 ‘건강돌’에 도전하고, 사돈에 팔촌까지 끌어들여 노래자랑(KBS2 ‘전국 아이돌 사돈의 팔촌 노래자랑’)도 한다. 너무 많이 도전하니 힘들 때도 됐다. 방송가를 종횡무진하는 걸그룹 멤버들의 속마음이 듣고 싶다면 ‘본분올림픽’(KBS2)이다.

고정 시청층을 담보해 안정적인 성적표를 받을 수 있는 ‘흥행불패’ 프로그램이라는 장점에 더해 아이돌 프로그램의 기획이 활발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확장을 거듭한 프로그램들은 각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MBC ‘쇼!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KBS2 ‘뮤직뱅크’) PD들의 손에서 태어났다.

의상만 갈아입고 방송사를 순회한다는 비판, 시청률은 2~3%대라 보는 사람도 없다는 비아냥에도 방송3사가 음악 프로그램을 놓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음악방송’이 가진 기능적인 부분 때문이다.

대대로 ‘음악방송’은 플랫폼을 가진 방송사가 연예기획사를 상대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안전장치였다. 향후 예능국과 긴밀히 협력할 캐스팅 발판이 돼주는 데다, 출연권을 놓고 가요기획사를 쥐락펴락할 수 있다. ‘음악방송’을 연출하는 PD와 총괄하는 CP들의 책상 위엔 매주 수십장의 CD들이 쌓이지만, 이미 자리 잡은 가수들이 아니라면 간택의 총애를 받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음악방송’을 연출했던 지상파 방송사의 한 PD는 “음악방송에 공정한 캐스팅이란 없다. 캐스팅은 매우 주관적이고, 그것에 의해 프로그램의 색이 결정되는 것”이라며 “제작진이 캐스팅을 결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제작인이 원치 않거나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섭외를 안 하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방송사에선 젊고 유망한 PD들을 중심으로 음악 프로그램의 연출을 돌아가며 맡긴다. 향후 다른 예능을 연출할 때를 대비한 ‘인맥 확보’ 용의 측면도 적지 않다.

이번 설에도 SBS에선 ‘인기가요’를 연출하는 PD가 ‘사장님이 보고 있다’를, MBC에선 ‘음악중심’을 연출하는 PD가 ‘아육대’를 맡았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가수가 본업활동을 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은 결국 지상파 3사와 음악채널의 음악방송이다. 첫 앨범을 선보이는 자리이고, 반드시 출연해 얼굴을 알려야 할 프로그램이기에 신인은 물론 아직 인지도가 부족한 가수들의 경우 해당 PD가 연출한다면 당연히 출연을 거절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프로그램의 기획이 활발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덕분에 이들 프로그램의 출연진은 화려하다. 현재 가요계를 쥐락펴락하는 대다수의 아이돌이 총출동한다. 슈퍼주니어 엑소 EXID AOA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여자친구 씨스타 등 다양한 아이돌그룹의 멤버들이 함께 혹은 따로 방송3사를 순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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