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한잔 안하십니꺼? 잘해줄께 들어오이소. 꼼장어가 싱싱합니데이. 밥도 볶아줄낀까네 일로오이소.”
부산을 찾는 사람들이 꼭 한번은 들리는 곳, 자갈치시장. 펄떡 펄떡 뛰지는 않지만, 그래도 새벽 공판장에서 공수된 바닷가의 싱싱함이 시장 난전에 줄줄이 펼쳐져 있다. 서울사람들은 이름도 알 수 없는 수산물들이 시선을 강탈한다.
생선시장을 조금 지나면 바닷가 철조망 앞으로 줄줄이 늘어선 꼼장어(곰장어ㆍ먹장어)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반대편에는 생선구이 집들이 후각을 마비시키는 동시에 위장에서는 잘 튀겨진 생선살을 넣어달라는 간절한 신호를 보내온다.
여기서부터는 멀쩡하게 걸어가면서도 혼이 육체를 이탈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강렬한 포스로 들어오라 손짓하며 내뱉는 자갈치 아지매들의 사투리가 뒤섞여 혼을 쏙 빼놓는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라면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쫒기듯 지나가게 만든다.
“그래도 자갈치시장에 왔으니, 값싸고 맛나다는 꼼장어 맛은 보고 가야지”하는 생각에 되돌아서 그래도 인상이 좋아보이는 할머니를 찾아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쐬주에 꼼장어~ 침이 꼴깍 넘어간다.
하지만 차림표 가격이 만만치 않다. 소(小)자가 3만원, 대(大)자가 5만원이다. 1인분에 1만원이라고 했는데 정작 1인분은 팔지 않는다.
일단 주문을 사투리로 해야할까? 서울말 쓰면 바가지 씌운다던데…
“아지매, 세명이서 먹으려며 얼마짜리 시키면 됩니까?” 어설픈 사투리로 묻는다. “5만원짜리 묵으모 되것네! 마이 주께” 아지매는 대자를 권한다.
“밥도 먹었고 작은 것 시키면 안됩니까?”, “한 사람 먹기도 쩍다. 대짜 시키라”, “작은 거 시킬께요”, “큰 거 시키든지 아이믄 딴 데 가서 묵으라” 일순간 싸늘해진 주인의 표정을 뒤로 하고 나왔다. 뒤통수가 뜨끈했다. “서울 사람이 그라몬 몬쓴다. XXXXX” 뭘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주눅이 들었다. 부산에 대한 좋았던 인상이 한순간에 일그러졌다.
인터넷에서 간혹 올라오는 자갈치시장 바가지요금 경험기이다.
하지만 요즘 자갈치시장에서는 이처럼 심한 바가지요금이나 불친절은 많이 사라졌다. 부산어폐류처리조합이나 신동아시장번영회, 자갈밭시장상인회 등을 중심으로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해 노력해온 결과다. 대부분 식당이 가격 정찰제를 시행해 벽면에 게시해놨다. 물론 상인에 따라 아직까지도 불친절한 습성을 버리지 못한 경우도 간혹 있을 것이다.
자갈치시장은 무조건 싸다는 선입견으로 이곳을 방문한다면 실망하는 사람이 십상팔구(十常八九)다. 왜냐면 부산 사람들도 자갈치 시장에서 음식을 먹으면 비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산의 번화가인 서면에서도 길거리 오뎅(어묵)이 개당 500원인데 자갈치 인근에서는 800원에 팔기도 한다. 타지 사람들이 현지인 밥집이라고 부르는 선짓국이나 보리밥집은 3000원 정도로 싸고 맛있다고 느낀다.
자갈치시장의 바가지 요금과 불친절은 완전히 없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워낙 자갈치시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일본인이나 중국인, 서양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서울이나 타지에서 온 내국인 관광객도 많다.
바가지를 쓰지않기 위해 사투리를 구사하는 것은 무리다.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니고선 흉내내는 것이 더 이상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가지를 씌우지 않고 양심적으로 음식을 파는 곳을 찾으면 된다. 자갈치시장 현대화사업으로 지상 7층 규모 갈매기 모양의 건물이 바로 자갈치시장 신축건물이다.
이곳은 부산어폐류처리조합 소속 상인들이 운영하기에 비교적 신뢰할 수 있다. 1층에서 활어를 사서 바로 회로 먹을 수 있고 전망을 원한다면 2층 초장집에서 초장값을 내고 먹을 수 있다. 가격은 비슷하다. 하루 이틀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조합에서도 잘못하면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바가지를 씌우긴 쉽지 않다.
인근에 위치한 6층 규모의 신동아시장도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눈으로 보고 골라서 곧바로 회로 먹을 수 있어서 싱싱함은 최고로 꼽힌다. 비교적 이 두 시장에서는 바가지 요금이 많이 근절되어 있다. 상인들로 구성된 조합이나 번영회에서 규제하고 자정노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분위기가 아닌 일반적인 횟집들도 자갈치시장 앞으로 줄줄이 늘어서 있다. 맛집으로 유명한 곳도 있고 활어회가 아닌 숙성회를 파는 곳도 있다. 가격은 차림표로 벽에 부착되어 있으니 적당한 사이즈를 시켜 먹으면 된다.
이외에 요즘 관광객들의 불만이 큰 곳이 있다. 조심해야할 곳이다. 자갈치에서 유명한 꼼장어골목은 생각보다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예전에는 먹지 못하고 버리는 고기여서 가격이 쌌다고 하지만 요즘 꼼장어는 몸값이 상당히 나간다. 양념구이와 소금구이, 짚불구이까지 인기가 높아진 만큼 가격도 올랐고 잡히는 양도 줄었기 때문이다. 꼭 꼼장어를 먹고 싶다면 시장보다는 이름난 맛집을 권하는 게 부산사람들의 조언이다.
자갈치시장에서 가장 악명 높았던 바가지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대상이었다. 일본인 특성상 시장의 난전이 아닌 단독 횟집을 찾아가기 쉬운데 일단 일본인으로 보이고 말이 잘 안통하면 두세배의 가격을 부르는 상인도 있었다고 한다. 환율차이도 있고 회 가격이 비싼 일본보다는 싸기 때문이 이런 얄팎한 상술이 통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관할 구청의 지도와 상인들 스스로 자존심을 지키는 차원에서 정찰제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부산의 명물 자갈치시장.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홍보문구에서처럼 한번쯤 이곳을 찾아서 부산의 싱싱함을 맛보길 권한다. 단, 바가지는 쓰지말고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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