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까지만 해도 새로운 지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편지 형태로 전파되었다. 영미권에서 학술 논문을 레터(letter)라고 부르는 것의 유래이다. 새로운 발명이나 발견은 극소수 전문가들 간에 서신으로 공유되다가 내용이 축적된 후에야 책으로 출판됐다. 지식이 대중에게 전달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고 지식의 재생산 역시 매우 더디게 이뤄졌다.
지식 전파에 혁신을 가져온 것은 SNS, 스마트폰, 인터넷을 포함한 IT기술이다. 오늘날 새로운 정보는 단 몇 시간 안에 전 세계로 퍼진다. IT기술은 지식 전파의 속도뿐만 아니라, 지식에 접근 가능한 인구수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100여년 전에는 소수의 성직자나 학자를 통해서만 지식을 접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아프리카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고급 정보를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온라인 백과 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 오픈 액세스(open-access) 학술지, 온라인 대학 강의(MOOC) 등을 통해 돈을 내지 않고도 고급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지식의 재창출도 무서운 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출판되는 논문의 수는 1940년부터 2000년까지 20년마다 2배씩 증가해왔지만, 2000년 이후에는 10년에 2배씩 증가하고 있다. 가히 지식 폭발 시대이다.
지식 전파에 있어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1차 혁명, IT기술이 2차 혁명을 가져왔다면, 그 다음 혁명은 스스로 지식을 습득하고 학습하는 인공지능이 이끌 것이다. 인공지능이 얼마나 고도화된 지식을 습득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를, 우리는 얼마 전 알파고와 이세돌 간의 바둑 경기를 통해 충격적으로 접했다. 알파고에 사용된 딥러닝 기술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기계는 딥러닝을 통해 수많은 정보에서 규칙을 찾아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활발하게 연구중인 영상 인식 기술은 사진이나 동영상의 상황을 글로 서술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이제 기계는 스스로 보고, 학습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운전과 같은 간단한 학습을 통한 반복 작업뿐만 아니라, 방대한 학습을 통해 고도의 지적 판단을 하는 의료 진단 분야와 법조계도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침투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보다는 ‘인공지능이 패러다임을 바꿀 시대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해야한다.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하기 어려운 것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 지식의 단계 중 정보를 객관적으로 학습하고 가치를 판단하는 단계는 인공지능이 신속히 대체할 것이다. 새로운 발명과 발견을 하는 지식의 마지막 단계만이 인공지능이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러나 지식을 단순 암기하고 실수하지 않는 능력을 평가하는 현재의 교육 과정으로는 지식 폭발 시대에 대응하기 어렵다. 단순한 암기 공부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SNS등을 통한 피상적 정보 습득이 아닌, 깊게 고민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독서나 본인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글쓰기가 더 중요한 지적 능력이 될 것이다. 정의와 도덕, 사회 체제 등 인류 보편의 가치를 다루는 인문학과 새로운 법칙을 규명하고 발견하는 과학 기술의 학습이 더 중요해 질 것이다.
학생들의 학업 부담 상승 및 사교육 조장 우려, 평가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과거의 교육 방식에 머물러 있다가는 우리 사회는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잃을 것이다.
혁신적 기술이 패러다임을 바꿀 때 새로운 부가 창출되고 국가 간 헤게모니가 재편되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수없이 봐 왔다. 지식 폭발 시대를 맞아 ‘무엇을 배우고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변화를 과감하게 받아들여 경쟁력을 갖춰야 할 때이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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