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보. 그래픽=챗GPT]
[기보. 그래픽=챗GPT]

두 차례 선임 무산 끝 1년8개월 만에 새 수장 체제 전환

장관 부재 상태, 노용석 차관이 ‘제청권’ 행사… 사안 시급

기업승계 M&A 플랫폼 안착·기술거래 실효성 확보도 시험대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기술보증기금이 1년 8개월간 이어진 기존 이사장 대행체제를 끝내고 권형택 신임 이사장 체제로 전환했다. 금융권 경력과 공공기관 경력을 동시에 갖춘 권 이사장은 인공지능(AI)·딥테크 기업 육성과 기술사업화, 인수합병(M&A), 기술거래, 기술보호를 취임 과제로 제시했다.

16일 기보 등에 따르면 권 이사장은 전날 제15대 기보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2029년 7월 14일까지 3년이다. 권 이사장이 취임하기까지 기보에서는 차기 이사장 선임 절차가 두 차례 무산됐다.

지난 15일 이임식을 한 김종호 전 기보 이사장의 임기는 지난 2024년 11월 7일 종료됐다. 그러나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으면서 김 전 이사장은 임기 만료 후에도 직무를 계속 수행했다. 첫 선임 절차는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와 이후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중단됐다.

기보는 2025년 12월 두 번째 선임 절차를 시작해 올해 3월 후보 3명을 중소벤처기업부에 추천했지만, 중기부 장관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 재가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후 세 번째 공개모집을 진행한 끝에 권 이사장이 최종 임명됐다.

당초 중기업계에서는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국무총리로 임명되면서 장관 자리가 공석이 된 만큼, 기보 임원추천위원회가 후보군을 중기부에 추천하더라도 신임 장관 취임 전까지 이사장 임명이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기보 이사장은 임추위가 후보자를 중기부 장관에게 추천하면 장관이 최종 후보자를 선정해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나 권 이사장 임명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졌다. 업계에서는 김종호 전 이사장의 임기가 끝난 뒤 약 20개월간 이어진 유임체제를 더 장기화하지 않으려는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권 이사장에 대한 임명 제청권은 노용석 중기부 1차관이 대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보 이사장 임명 진행사항을 잘 아는 한 총리가 임명에 드라이브를 걸었을 개연성도 열려 있다.

권 이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AI·딥테크 등 미래전략산업의 성장을 견인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벤처 4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보가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 권 이사장은 “기술보증을 비롯해 기술사업화, M&A, 기술거래, 기술보호 등 혁신성장 지원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권 이사장이 언급한 M&A는 임기 중 기보의 역할이 가장 크게 확대될 분야로 꼽힌다. 중기부는 고령 중소기업 경영자의 은퇴와 후계자 부재에 대응하기 위해 기보를 중심으로 기업승계 M&A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기보는 올해 상반기 플랫폼을 시범 구축하고 매도·매수 희망기업 발굴과 매칭, 기업가치평가, 실사·컨설팅 지원에 착수했다. 스마트테크브릿지에는 기업승계 M&A 신청과 중개기관 연결, 컨설팅 지원 기능도 마련됐다.

M&A 지원은 플랫폼에 기업을 등록하는 것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 거래 상대방을 찾아 계약을 체결하고 인수 후 필요한 운영·시설자금까지 공급해야 사업과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 인수가격의 적정성과 인수기업의 상환 능력, 피인수기업 핵심인력의 이탈 가능성 등을 심사할 전문성도 필요하다.

권 이사장은 AI 기업을 선별할 기술평가 체계 고도화도 수행해야 한다. 자체 기술과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과 외부 생성형 AI 모델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보는 기술 독창성과 특허뿐 아니라 데이터 확보 여부, 고객사 실증 실적, 반복매출 가능성, 컴퓨팅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수익구조 등도 기업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AI라는 명칭을 내세운 기업에 보증이 집중될 경우 정책자금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관리해야 한다.

권 이사장이 기술사업화를 별도로 강조한 점도 주목된다. 기술평가를 통해 보증을 공급한 기업이 실제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매출을 올리는 단계까지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기보는 연구개발 이후 사업화를 지원하는 BIRD 프로그램과 기술이전 플랫폼 ‘스마트테크브릿지’ 등을 운영하고 있다. 기술 공급자와 수요기업을 연결하고 기술도입에 필요한 자금을 보증하는 구조다.

관건은 기술 등록과 이전계약을 실질적인 사업화로 이어가는 것이다. 플랫폼에 등록된 기술 수나 상담 건수보다 기술이전 이후 제품 출시율, 매출 발생 기업 수, 후속 투자 유치액 등을 성과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과 공공기관을 모두 경험한 권 이사장의 이력이 기보의 역할 전환에 도움이 될지도 관심사다. 권 이사장은 우리은행 투자금융본부와 홍콩상하이은행(HSBC) 상무를 거쳐 김포골드라인운영 대표이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대표이사를 지냈다.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