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대출·정비사업 규제 등 병목 ‘N중고’

소규모 정비사업도 정책금융 지원 한계

건설업계 “수요 살려야 공급 살아나”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 모습. [연합]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신혜원·윤성현 기자]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닥치고 공급’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규제로 인해 공급 사다리가 끊기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건설사들이 짊어지는 비용 부담은 커지는데, 자금 조달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다.

고강도 대출규제에 더해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주택 수요를 추가로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업성 확보, 자금 조달, 착공 등을 가로막는 단계별 규제완화 없이는 공급 확대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만간 정부는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존 주택 공급 대책을 전면 재점검해 가용한 공급 물량을 서둘러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 함께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행정 조치와 금융·재정·규제 완화 등을 주문했다.

건설업계 “사업 첫단계부터 막혀, 일률적 대출 규제 풀고 수요층 회복해야”

하지만 주택 공급주체인 건설사들은 위축된 수요기반부터 회복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실수요자들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대출규제 영향으로 수요층 자체가 줄고 있어서다.

현재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집값에 따라 2억~6억원으로 묶이는데, 여기에 더해 시중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주담대 한도 강화에 나섰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개최한 부동산 토론회에서도 경기도 한 아파트 단지 입주 예정자가 “잔금대출이 막혔다”고 문제제기를 하자, 시중 5대은행이 5000억원의 대출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건설사, 시행사 입장에서는 적절한 사업지를 찾는다고 해도 수분양자들에게 적용되는 대출 규제가 많아 공급을 주저할 수 밖에 없다”며 “사업의 첫 단계인 수요부터 막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핵심지 등 최소한의 수요층이 확보된 곳들은 상황이 낫지만 미분양 물량이 누적되는 지방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심사할 때 분양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보는데, 대출 규제로 매수 수요가 막히다 보니 금융기관들이 평가를 하지 않는다”며 “수요가 살아나야 공급도 자동으로 이뤄지는데,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만 우선시하다 보니 공급 파이프라인이 멈추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건설사 대표 A씨는 “서울은 땅값과 공사비를 감안하면 3.3㎡(평)당 분양가가 최소 8000만원~1억원씩 치솟고 있다”며 “강화된 세제 개편안, 대출 환경 속에서 이같은 분양가를 받아낼 수요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의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
서울 강남구의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

공사비 감당 어려운 소규모 사업장 늘어…“정비사업 규제 풀어야”

이렇다보니 지방 사업장에 집중한 중견 건설사는 금융비용 증가, 재고자산 부담으로 생존마저 위협받는 실정이다. 건설사들 또한 사업성 확보를 위해 소규모 사업장보다 대단지 위주로 제한적 공급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소규모 사업장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대형 시공사들이 보증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고, 금융기관을 통해 PF 대출을 받기 어려워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서울보증보험(SGI) 등 정책융자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원자재 인상 등으로 비용이 늘어나자, 기존 융자로 공사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업장들이 늘어나고 있다는게 현장의 전언이다.

주택공급의 중요한 공급경로인 정비사업에 켜켜이 쌓인 규제완화도 공급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꼽힌다. 각종 지방자체단체의 소극행정이나 복잡한 행정심의, 여러 민원 등으로 사업이 늘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여기에 금융비용 및 분담금 부담 등으로 각 사업 단계에서 병목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는 이에 정비사업 이주비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70%까지 높이고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3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법적상한용적률을 1.2배까지 완화하고 재개발 임대주택 제공 비율을 현행 50%에서 재건축과 같은 30% 수준으로 낮춰 신축 공급 물꼬를 터야한다는 지적이다.

정비사업 시 용적률 인센티브 대가로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매입가격 현실화도 필요하다. 한 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의 임대주택 매입가를 ‘기본형건축비 80%’로 높였지만 시세 대비로는 여전히 낮아 수익성을 갉아먹는 구조”라며 “현금기부채납, 건축비현실화 등 추가 대책이 뒷받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공공택지는 주민 반대 등 난항… 당국, PF 보증 확대 등 지원책 검토

민간 정비사업 대신 정부는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태릉CC) 등 공공택지 조기 착공 카드를 검토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난관이 크다. 태릉CC의 경우 세계문화유산(조선왕릉) 경관 보존 문제 및 문화재청 협의, 인근 교통난을 우려하는 지자체와 주민 반발 등을 넘어야한다.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경기 과천 경마장·방첩사 부지 등도 주민들 반대가 큰 상황이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보유세 강화 등을 담은 세제개편안도 추가적인 공급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실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늘리되 과표 6억원 초과 주택부터 세 부담을 높이는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 초고가 주택 비거주 1주택자 등의 보유세 부담이 대거 늘어나게 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세제개편은 수요자의 자금 조달과 분양성을 악화시켜 민간의 주택 공급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아파트와 비아파트, 민간임대 모두 사업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 공급만으로 시장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결국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은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금융지원 방안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PF 관련 공적 보증을 확대하는 방안, 이주비 대출 일부 완화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태릉CC·경마장 등 대통령이 짚은 공급지…속도 낼까 [부동산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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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미국·남미 순방 직후 7시간 30분에 달하는 ‘마라톤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주택공급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가운데, 올해 1월 발표 이후 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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