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열 선생 친필 자주 독립 결의문, 현수막으로 재현

“한민은 자유인이다”등 동료 70여명 조국애 서명 담아

경남도, “타국서 헌신한 선열 도민과 함께 영원히 기억”

지난 4일부터 경남도청 본관 외벽에 내걸린 가로 17.5m, 세로 14.2m의 ‘한국 광복군 서명문 태극기’  [경남도 제공]
지난 4일부터 경남도청 본관 외벽에 내걸린 가로 17.5m, 세로 14.2m의 ‘한국 광복군 서명문 태극기’ [경남도 제공]

[헤럴드경제(창원)=황상욱 기자] “피 흘림 없는 독립은 값없는 독립이란 것을 자각하자.” “우리의 독립은 단결이다.”

1946년 1월 10일, 중국 땅에서 활동하던 한국광복군 제3지대 제2구대 대원 70여 명이 부대를 옮기는 동료 문수열(일명 문웅명) 선생에게 남긴 친필 서명이자 자주독립 결의문이다.

제81주년 광복절을 맞아 경남도청 본관 외벽에 지난 4일부터 내걸린 가로 17.5m, 세로 14.2m의 대형 태극기인 ‘한국 광복군 서명문 태극기’. 이 태극기가 경남도청 외벽을 대형 현수막 형태로 장식하게 된 데는 특별한 연유가 있다. 원본 소장자인 문수열 선생이 바로 경남 사천 출신이기 때문이다.

1940년 창설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정규군인 한국광복군은 1945년 광복 이후에도 중국 현지에 남아 국권 회복 후속 활동을 이어갔다. 당시 다른 부대로 전출을 앞둔 문 선생을 위해 광복군 동지들은 태극기 여백에 붓을 들었다.

태극기 여백에는 “한민(韓民)은 자유인이다”, “삼천리강산의 초석이 되자”, “명랑분투”, “건설하자, 삼천리 금수강산”, “우리는 조국을 위하야 피를 흘리자” 등 자주독립을 향한 굳건한 열망과 동료의 무사 귀환을 비는 간절한 염원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머나먼 타국에서 생사를 함께했던 동지들이 남긴 마지막 증표이자, 조국 광복의 생생한 역사적 기록이다.

동료들의 피와 땀이 서린 이 태극기를 평생 보존해 오던 문 선생은 1986년 독립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에 전격 기증했다. 현재 독립기념관 제5전시관에 보관·전시 중인 이 유물은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8년 대한민국 태극기 가운데 처음으로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결실을 맺었다.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경남도는 사천 출신인 문 선생의 유족을 이번 광복절 경축식에 공식 초청하고자 연고지를 수소문했다. 하지만 후손들이 이미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 도내에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직접 초청은 아쉽게 무산됐다.

경남 지역(당시 울산 포함) 출신 독립유공자는 1521명에 달한다. 현재 도내에는 362명의 후손이 선열의 숭고한 뜻을 이어 살아가고 있다.

17.5m 초대형 태극기를 청사 중앙에 내건 경남도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81년 전 머나먼 이국땅에서 조국을 위해 피 흘린 지역 선열들의 이름과 독립 정신을 330만 도민과 함께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묵직한 약속인 것이다.


ook96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