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금리 하루만 반등, 바이백 약발 ‘끝’

베선트 “24시간내 발생하는 일 잡음 불과”

“내주초 재정건전화 발표” 추가정책 시사

시장 “침몰 타이타닉서 의자 바꾸기”

국가부채 개선 없고 전략 부족 ‘불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웨스트윙(서관)으로 향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웨스트윙(서관)으로 향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국채 바이백(재매입) 규모가 회당 40억달러(5조5800억원)를 넘어설 수 있다고 밝히며, 장기 국채 금리 안정을 위해 정책 수단을 추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재무부의 적극적인 개입 의지에도 불구하고 30년물 국채 금리는 ‘바이백 2배 선언’ 하루 만에 장중 5.27%까지 올라갔다. 바이백 확대 ‘약발’이 하루 만에 끝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개입 규모도, 전략도 부족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미 경제방송 CNBC에 출연해 “우리는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많기 때문에 지켜볼 것”이라며 “그 일환은 여기서 신호를 보내는 것이며, 현재 국채 금리가 근본적인 경제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전날 미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회당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에서 최소 40억달러로 2배 확대한다고 발표한 후에 나왔다. 재무부는 다음달 9일부터 10∼20년물과 20∼30년물 등 장기 국채를 대상으로 바이백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국채 바이백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존 국채를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특정 만기 구간의 유동성을 높이고 시장 기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제도다. 미 재무부가 19일 바이백 규모를 2배 늘린다는 발표 이후 3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5.19%까지 떨어졌지만, 다음날 장중 한 때 5.27%까지 올라갔다. 하루 만에 하락분을 되돌린 것이다. 글로벌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는 4.71%까지 올라, 지난 2025년초 이후 최고치에 근접했다.

이에 대해 베선트 장관은 “24시간 내 일어나는 모든 일은 잡음에 불과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이번 주 또는 다음 주 초에 재정 건전화에 더욱 집중하는 발표를 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정책 활용을 예고했다.

베선트 장관은 장기 국채 금리 급등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된 재정 적자나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 등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의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40조달러를 넘어선 것에 대해 “40조달러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성장을 통해 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I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에 대해서는 AI로 큰 폭의 생산성 향상이 나타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자연스럽게 완화되고 금리도 낮아질 것이라며 “(AI 인프라 구축이) 단기적으로는 자금 확보 경쟁을 일으키고 있지만, 결국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의 희망섞인 관측과 추가 개입 의지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개입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네덜란드의 종합 금융사 ING는 이날 보고서에서 재무부의 개입 자체는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평가하면서도 “미국 국가부채가 40조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유동성 지원을 위한 국채 바이백 규모를 (기존보다) 20억달러 늘리는 것은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의 갑판 의자를 재배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아 크룩 선임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전날 조치가 장기물 금리를 어느 정도 끌어내렸지만, 보다 지속적인 영향은 재무부가 시장에 개입하고 ‘정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원칙에서 벗어나면서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질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미 재무부가 바이백 2배, 일본과 공동으로 외환시장 개입 등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오히려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재무부가 공언한 바이백 규모가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재무부가 2주 전 발표했던 이번 분기 장기채 매각 규모는 1110억달러(약 155조원). 바이백 2배 확대 등을 감안해도 이번 분기에 발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장기채 순 공급량은 970억달러(약 135조원) 상당이라는 게 FT의 분석이다.

재무부의 깜짝 개입에 치밀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쓰비시UFJ은행은 보고서에서 “이번 발표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아 ▷미국 자산 보유에 대한 선호도 감소나 ▷달러화 노출에 대한 선호도 감소, 혹은 ▷둘 다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정 적자는 사상 최대인 데다 정부 개입에도 채권 시장이 고금리로 향하는 움직임에 미국의 금융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수석 애널리스트 알베르 에드워즈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현 상황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촉발된 2008년 금융위기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직전의 상황들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