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역사상 최초’ 최대 110조 푸는 삼전

AI로 벌어들인 막대한 부…주주와 나눈다

디스카운트 요소 해소…치솟는 주가 전망

사진은 삼성 서초사옥 [연합]
사진은 삼성 서초사옥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사상 최대인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책을 확정하면서 시장의 시선이 주가로 옮겨가고 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돌려주기로 하면서 삼성전자 주가를 짓눌러온 ‘현금 할인’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최대 65만원까지 높여 잡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약 90조~11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2026년 주주환원 시행 방안을 의결했다. 이는 기존 삼성전자의 연간 최대 주주환원 규모였던 2020년 20조3000억원의 최대 5배가 넘는 수준이다. 국내 기업이 한 해에 실시하는 주주환원으로도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번 환원에 대해 회사 성장에 따른 성과가 주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이를 통해 회사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삼성전자가 시행 중인 2024~2026년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의 마지막 단계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해당 기간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우선 올해 3분기 정규 분기배당을 포함해 약 30조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시행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오는 10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후 집행될 나머지 60조~80조원가량의 환원 방식에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경영실적이 확정되는 내년 1월 이사회에서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포함해 최종적인 환원 방식과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이 커질 경우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한층 커질 수 있다.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가 재평가의 핵심은 그동안 시장에서 지적돼온 ‘현금 할인’이 얼마나 해소되느냐다. 삼성전자는 막대한 순현금을 보유하고도 해당 자산의 가치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도체 호황기에 대규모 현금을 벌어들이더라도 상당 부분이 다음 사이클을 위한 설비투자에 투입됐고, 실제 주주에게 얼마나 돌아갈지를 예측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FCF의 50%를 환원한다는 원칙이 최대 110조원이라는 실제 숫자로 연결되면서 시장의 평가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금을 쌓아두는 기업이 아니라 대규모 현금창출력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에게 적극적으로 돌려주는 기업으로 인식될 경우 삼성전자에 적용되던 밸류에이션 할인 폭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높아지는 배당수익률도 주가에 긍정적이다. 대규모 현금배당은 장기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매력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자사주 매입이 동시에 진행되면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실질적인 매수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주주환원의 재원이 일회성 이익이 아니라 AI 메모리 호황에 따른 구조적인 현금창출력 확대에서 나온다는 점도 주목된다. 메모리 가격 급등과 AI 서버 수요 확대가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을 밀어 올리면서 이익 증가분이 현금창출력 확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의 목표주가도 이미 빠르게 높아진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10% 높인 65만원으로 제시하고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유진투자증권 역시 ‘강력 매수(STRONG BUY)’ 의견과 목표주가 56만원을 제시했다.

주주환원이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향후에도 이어질 경우 주가에 적용되는 밸류에이션 자체가 한 단계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입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막대한 현금을 할인해 평가할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가 현행 2024~2026년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의 마지막 해인 만큼 향후 발표될 차기 주주환원 정책도 중요한 변수다. AI 메모리 호황에 따른 FCF 확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환원 비율이나 자사주 소각 정책이 추가로 강화된다면 주가 재평가 논리는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여력은 100조원 중반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주주환원이 수급 환경 개선과 외국인 투자자 심리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에서 주주환원과 별도로 임직원 보상을 위한 약 15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의결했다. 주주환원을 목적으로 한 자사주 매입·소각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시장에서 대규모 매입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수급 측면의 추가적인 주가 지지 효과도 기대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도 주주환원 정책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한편, 주주환원 계획을 주주 및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