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선임기자(국장)의 자치광장] 한성숙 총리 21일 오후 7시부터 총리 공관에서 서울시 25명 구청장 초청 부동산 문제 간담회 갖고 구청장들로부터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시민들 의견 청취· 의견 나눠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국내 최대 현안은 역시 부동산 문제다.
집은 가장 중요한 삶의 터전이다. 가정을 이루고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집은 단순한 물건이나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우리 국민에게 집은 가장 소중한 자산 형성의 기반이기도 하다. 중산층이 내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평생 땀 흘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집은 곧 삶 자체다.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한다고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만큼 복잡하고도 근본적인 사안이다.
최근 부동산 문제가 다시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매매가는 물론 전·월세 가격까지 오르면서 국민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됐다.
정부가 정권의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해 각종 세제·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시원한 해법을 찾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한성숙 총리가 21일 저녁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들을 공관으로 초청해 부동산 문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처음 마련된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 총리는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 대책이 신속히 실행돼야 한다”며 “주택 공급 부족이 해결되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활용해 신속한 공급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장 잘 아는 구청장들의 고견을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맞는 말이다. 구청장들은 1년 365일,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구민들과 맞닿아 살아간다. 주민들의 고민과 갈등을 듣고 해결해야 하는 ‘고충 해결사’들이다.
서울에서 지역 주민들의 아픔과 애로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바로 구청장들인 것이다.
한성숙 총리, 서울 구청장들과 주택 문제 간담회…의미 있는 첫걸음
이런 이유에서 총리가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것은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
한 총리는 앞서 국무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동산 해법 관련 발언을 제지해 국민적 비판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 때문인지 이날 간담회는 서울 25개 자치구청장 가운데 21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15분 동안 진지하게 진행됐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인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방법과 해결책이 도출되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구청장들도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사업 속도를 높이고, 사업성 개선을 위한 제도 개혁과 구청장 권한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경대 용산구청장과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용산 개발과 관련한 우려를 전달했다.
서울시 총무과장과 청와대 선임행정관, 행안부 대변인, 인천광역시 행정부시장 등을 역임한 재선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오늘은 부동산 공급 문제를 듣는 자리지만, 총리께 서초구민들의 현장 목소리를 전하겠다”며 “정부가 세금 대책을 발표한 이후 구민들은 불안하고 답답하며 울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생 열심히 일해 집 한 채를 마련하고 그곳에서 아이들을 키웠는데 정부가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느냐고 구민들이 하소연한다”고 전했다.
또 “용산공원과 여의도공원은 빈 땅이 아니다”며 “AI 시대에는 집만 지을 것이 아니라 주거와 일자리, 여가가 함께 어우러지는 ‘직주락(職住樂) 콤팩트시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구청장은 또 “이 자리에 국토교통부 1차관과 국무조정실 2차장이 참석했는데 서울시 부시장도 함께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자 한 총리도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대변인, 행정국장, 기조실장, 행정1부시장 출신으로 ‘행정 달인’으로 불리는 3선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서울에서 빈 땅을 찾기는 쉽지 않다”며 “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결국 재개발·재건축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임대주택 매입 기준을 완화하고, 서울시장에게 집중된 정비사업 권한 일부를 구청장에게 이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차장 출신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김포공항 주변 고도 제한 완화 등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를 요청했다.
한 총리도 이런 구청장들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하며 간담회를 마쳤다.
“정부, 국민 목소리 겸손하게 수용해야”
민생을 놓고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민의 고통을 함께 풀어내는 것이 정부와 정치권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총리와 서울 구청장들의 이번 만남은 큰 의미를 갖는다. 중앙정부가 일선 현장에서 주민들과 부딪히는 구청장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이날 제기된 구청장들의 현실적인 제안이 정부 정책에 얼마나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간담회가 한 번의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문제는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제 정책 결정자들이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현장에서 나온 해법을 실질적인 정책으로 만들어야 할 차례다.
seouldream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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