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로고. [로이터]
엔비디아 로고.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엔비디아의 강한 AI 수요 전망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등하며 출발했다.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과 전망을 내놓은 데 이어 AI 반도체 생산을 제약할 정도로 메모리 공급이 부족하다고 밝히면서다. 엔비디아의 AI 투자 확대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국내 메모리 업체의 수요와 실적에도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27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25% 오른 27만원에, SK하이닉스는 5.21% 상승한 177만6000원으로 상승 출발했다. 다만 엔비디아발 훈풍에 장 초반 급등했던 국내 반도체주는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며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72% 오른 26만6000원, SK하이닉스는 2.49% 상승한 17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은행이 이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금리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국내 반도체주 상승은 26일(현지시간) 발표된 엔비디아가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4% 급등한 영향이다. 앞서 엔비디아는 장 마감 후 발표한 지난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고,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에도 시장 전망치 이상으로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자체 전망을 내놨다. 이에 시간외 거래에서 마이크론·샌디스크·마벨 등 주요 반도체주 역시 줄줄이 3% 안팎 급등하며 동반 강세를 보였다.

이번 엔비디아 실적에서 국내 반도체주가 주목할 부분은 지난 분기 실적보다 앞으로도 AI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 962억2000만달러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 923억달러를 웃돌았다. 데이터센터 매출은 89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했고, 3분기 매출 전망도 1080억달러로 실적 발표 전 시장 전망치 1042억달러를 상회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엔비디아 실적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디램(DRAM) 등 메모리 수요 가시성 및 메모리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을 높여준 만큼 한동안 불안감이 높았던 주도주인 반도체의 투자심리는 호전 국면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장 마감 후 하락했던 엔비디아의 시간외 주가는 컨퍼런스콜에서 중장기 성장 전망이 나오면서 반등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콜에서 “2028년 매출 성장률은 약 70%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시장이 예상했던 40%대 중반의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는 현재 공급 능력을 감안한 수치로, 실제 수요는 이보다 높아 공급을 추가로 확보하면 성장률도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의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국내 메모리 업체에도 우호적인 신호다. AI 가속기 생산을 늘리려면 HBM 등 메모리 공급도 함께 확대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공급과 생산능력 확보(Supply and Capacity)를 위해 맺은 계약 규모가 279억달러로 급증한 것이 중요 변수”라며 “전분기 119억 달러에서 2.3배 늘고 대부분이 메모리 관련 계약이라는 점이 현재 공급 상황을 대변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실적을 무조건적인 호재로만 받아들이기보다 성장 속도와 수익성 변화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비디아의 3분기 매출총이익률 전망치는 74%로 2분기 75%보다 낮아졌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매출총이익률이 약간이지만 둔화하고 있고, 내년 매출 증가율도 70%면 훌륭하지만 지난 4개 분기 평균 81%에 비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AI 투자 확대가 실제 수요에 기반한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엔비디아에게는 변수다. 엔비디아가 오픈AI 등 고객사의 데이터센터 구축을 지원하고 해당 기업들이 다시 엔비디아의 GPU를 구매하는 구조가 확대되면서 일각에서는 이를 ‘순환금융’으로 보는 시각이 나왔다. AI 투자 규모가 실제 수요보다 금융 지원에 의해 부풀려진 것이라면 엔비디아의 중장기 성장 전망에도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엔비디아는 이같은 우려에 대해선 이날 직접 선을 그었다. 오픈AI가 2030년까지 약 12기가와트(GW) 규모의 엔비디아 컴퓨팅 자원을 구축하기로 한 가운데 엔비디아가 신용 지원을 제공하는 규모는 약 2GW로 일부분이라는 설명이다. 크레스 CFO는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를 순환금융이라고 부를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다르게 본다”며 “우리의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