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서 전액 삭감된 ‘수사사업’ 대응

디지털성범죄 등 사업 선별·예산 산정

법무부, 국회에 사업비 증액 설명 예정

검찰이 2027년도 공소청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된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수사’ 사업 예산 가운데 일부를 되살리기 위한 작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국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수사사업’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직접 수사와는 거리가 먼 개별 사업 예산까지 일괄 삭감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검찰은 성폭력·아동학대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의 공소 유지뿐 아니라 피해자 보호·지원 업무도 공소청이 수행해야 하는 만큼 관련 사업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17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은 최근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와 관련해 공소청 출범 이후에도 유지가 필요한 사업을 선별하고 소요 예산을 산정했다.

우선 대검은 ‘디지털성범죄 등 사회적약자 대상 범죄 관련 전문화 교육’ 사업에 일반수용비 9100만원이 필요하다고 본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는 ▷디지털성범죄, 성폭력, 아동·청소년 성범죄, 노인·장애인 학대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의 사건 처리 매뉴얼 제·개정 ▷전담 인력 대상 전문화 교육 및 세미나 개최 ▷피해자 지원을 위한 유관기관 간담회 개최 등이 포함됐다.

대검은 해당 사업 추진을 활성화하기 위해 ‘여성·아동범죄 매뉴얼 개정 태스크포스(TF)’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7일 첫 회의를 가진 TF에는 단장인 허정은 대검 형사4과장 및 관련 경력 검사를 포함한 총 18명이 참여한다. TF는 개정 형사소송법과 최신 판례를 반영한 ‘여성·아동 범죄 매뉴얼’(성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디지털성범죄) 개정 작업을 진행한다.

대검은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에 대한 ‘전건 송치 제도’ 도입 입법이 추진됨에 따라, 공소청 출범 이후에도 해당 범죄들의 특수성을 고려한 사건 처리와 공소 유지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디지털성범죄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검이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디지털성범죄 사건 접수 인원은 2020년 1만6866명에서 지난해 1만9735명으로 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식 재판에 넘겨진 구공판 인원도 3249명에서 3875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학교폭력 등 범죄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보호·지원 사업도 유지가 필요한 사업으로 꼽혔다. 대검은 ‘성폭력, 학교폭력 피해자 정신과 의사 등 상담료’ 명목으로 10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산정했다. 피해자가 범죄로 인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정상적으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건 처리 초기부터 신속하게 정신과 상담·치료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아동·청소년 피해자 등을 위한 심리·예술치료’ 사업에는 1380만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자신의 피해 경험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에게 미술·소리·동작·연극 등 예술매체를 활용한 심리치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치료는 10회를 기본으로 하되 피해자 상태에 따라 최대 20회까지 연장해 지원한다.

검찰이 이들 사업 예산 확보에 나선 것은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공소청 예산에서 기존 검찰의 수사 관련 사업비가 대거 빠졌기 때문이다.

앞서 기획예산처가 국회에 제출한 2027년도 공소청 예산안은 총 1조867억원으로 올해 검찰 예산보다 약 2042억원(15.8%) 감소했다. 특히 중수청으로 이관되는 공공수사, 국민생활침해범죄 수사, 마약 수사,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수사, 사회공정성 저해사범 수사 등 이른바 ‘5대 수사사업’의 사업비가 전액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 1일 대검 각 부서에 기존 5대 수사사업에 포함된 개별 사업 가운데 공소청 출범 이후에도 직무와 연계돼 유지돼야 할 사업을 발굴하고, 필요한 예산 규모와 근거를 정리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증액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한 대응 자료를 마련하려는 취지다.

검찰 내부에서도 기존 예산이 ‘수사사업’으로 묶여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부 사업까지 일괄 삭감하는 것은 공소청의 실제 업무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접 수사와 관계없는 피해자 상담·치료나 전문화 교육, 사건 처리 매뉴얼 개정, 유관기관 협력 등의 업무는 공소청 전환 이후에도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법무부는 대검 각 부서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관련 사업비 증액 필요성을 설명할 예정이다. 양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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