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올해와 내년 연속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가 전망했다. IMF는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지난해 1.94%, 올해 2.14%, 내년 2.20%로 추산했다. 전망대로라면 한국 잠재성장률의 2년 연속 상승은 ‘3저(저유가·저달러·저금리) 호황’ 때인 1986~1987년 이후 40년 만에 처음이다. 장기적인 하락세를 벗어난 반등이기도 하다.

정부가 내세운 ‘잠재성장률 3%, 수출 4강, 1인당 국민총생산(GDP) 5만달러 달성 목표’(3·4·5 경제대도약)에도 한층 가까워졌다. 올해 수출은 1조달러를 돌파해 중국·미국·독일에 이어 네덜란드와 4~5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인당 GDP는 4만3512달러로 2028년엔 5만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IMF는 내다봤다.

문제는 성장률과 수출, GDP 모두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에 따른 반도체의 호황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데 있다. IMF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3%로 대폭 올리면서도 “한국이 AI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본 나라 중 하나”라며 “AI 붐의 급격한 반전은 수출과 투자 감소를 불러오고 세수와 금융여건도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최근 AI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과 막대한 투자에 대한 부실 우려가 전세계에 확산하면서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 등 주요국 증시가 크게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가장 크게 겪고 있는 AI·반도체 ‘쏠림현상’은 경제에 구조적인 문제를 낳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업의 여유 자금은 67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가계의 예금잔액은 역대 최대 폭인 27조3000억원 감소로 집계됐다. 가계부채는 처음으로 2000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명목 국민소득(GNI)는 전년 동기 대비 26.4%가 증가했지만, 가계소득은 8.7%만 늘어났다. 고용 지표도 ‘빨간 불’이다. 올해 1~9월 15세 이상 취업자 수 평균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11만7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코로나19 유행기인 2020년 이후 6년만에 가장 적다. 정부 목표 15만명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9월에만 14만7000명이 줄며 47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AI와 반도체로 인한 성장의 과실이 일부 기업과 업종에만 집중될 뿐 경제 전 부문으로 퍼지지 않고 성장·분배에서 모두 K자형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잠재성장률의 반등이 산업 전 부문의 생산성 혁신 결과가 아니며 한쪽이 호황을 누리는 동안 반대편에선 부실 우려가 커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AI·반도체를 제외한 지표를 살펴 구조개혁과 분배 개선을 위한 성장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숫자의 착시에서 벗어나 내실을 키우고 리스크에 대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