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조짐을 이제야 알았대?”
얼마 전 쓴 기사에 대해 아내와 얘기를 나누던 중 들은 한마디가 의미심장했다.
기사의 내용은 정부가 계란과 수산물 가격 상승 조짐에 수입을 확대하고, 정부 비축물량을 푸는 등 물가잡기 대응에 나선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아내가 콕 집은 것은 ‘조짐’이라는 단어였다.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는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정부가 이제야 수급불안 ‘조짐’ 운운하며 대책을 내놓는 게 미덥지 못하다는 얘기였다. 수입을 크게 늘리고, 사재기하는 유통업자들을 더욱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는 나름의 해법도 내놨다.
지난 연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에 확산되면서 계란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비단 계란값 뿐만 아니다.
통계청이 최근 밝힌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2013년 이후 1%대를 넘지 않던 물가상승률은 지난 1월 2%대 벽을 넘어섰다. 이같은 오름세는 누구라도 소비자물가가 심상치않다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수치다.
그런데 정부의 대응은 항상 한 박자 아쉽다. 신학기 학교 급식 시작과 부활절로 소비가 늘어 계란 가격이 오르고, 4월 금어기를 맞아 수산물 공급이 줄어들 우려가 생겨야 부랴부랴 액션을 취한다.
그나마 가격 인상 요인이 예상되는 품목에 대해 대책을 내놓은 것만도 다행이라 여겨야 할 판이다. 지난달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대비 7.5%나 뛰었다. 2월 한달 주춤하긴 했지만,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상승세는 장바구니 물가를 짓누르고 있다. 물론 국제유가나 AIㆍ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등은 정부가 미리 예측할 수 없는 물가상승 변수이기에 정부를 질책만 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계란값만 놓고 보자. AI가 창궐하며 살처분된 닭과 오리 등 가금류는 3800만 마리에 달한다. 사실상 국내 양계산업이 붕괴된 것이다. 3000원 남짓하던 계란 한판이 1만원까지 치솟았다. 최근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6000~7000원은 줘야 계란 한판을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 여전히 서민들의 입에서 계란 가격이 비싸다는 말이 나오는 데는 정부의 물가 대응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말과 다름없다.
최근 정부기관과 민간 연구소들이 내놓은 경기 전망은 ‘희망가’ 다름아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수출이 선방하면서 기업 투자와 민간소비 심리도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2014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높여 잡았다. 한경련, KDI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했거나 할 것이 유력해보인다.
‘착시효과’ 논란이 있긴 하지만 지표상으로 우리 경제는 일단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하지만 대다수 서민들의 반응은 ‘그래서 어쩌라고’식이다. 서민들이 보고 싶은 뉴스의 제목은 5개월 연속 수출 증가, 성장률 전망치 0.1% 상향 조정보다 ‘계란값 작년 수준 회복’이 아닐까.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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