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이후 3년2개월만 오찬 겸해 경제 상황 논의 한은에 경기부양 역할 요구할수도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김동연 경제부총리가 13일 한국은행을 방문해 이주열 한은 총재를 만난다. 김 부총리가 임명장을 받은 지 나흘 만에 전격적으로 정부와 한은 간 수장들의 회동이 성사됐다. 경제부총리가 한은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14년 4월 현오석 전 부총리가 방문한 이후 3년 2개월만의 일이다.

김 부총리는 한은에 도착한 후 이 총재의 영접을 받은 후 금통위원 등과 8층 영접실에서 비공개로 상견례를 가질 예정이다. 이후 15층 송현식당에 마련된 오찬을 한 시간가량 함께 한 후 일정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 간 회동은 간간히 이뤄졌지만, 부총리가 직접 한은을 방문한 것은 현 전 부총리가 방문한 2014년 4월 이후 3년여 만이다. 전임 총재인 김중수 전 총재가 박근혜 정부와 워낙 사이가 안 좋은 상황이라 양 기관 간 정책 공조를 위해서는 한은과의 관계 회복이 필요하던 시기였다. 이에 현 전 부총리는 정부와 한은 간의 관계 개선을 위해 이 총재의 초상화 그림을 들고 한은 접견실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간단한 티타임이 전부였을 뿐 김 부총리처럼 식사를 함께하지는 않았었다.

이에 이번 김 부총리의 방문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임명되자마자 한은을 직접 방문한 것도 그렇지만, 총재 등 금통위원의 비공식 접견 후 오찬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그만큼 전임 부총리들보다 한은 측과 대화의 시간이 길어 현 경제상황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가 추경 편성을 추진하는 등 경기부양 의지가 강한 만큼 이와 관련한 정책의 협조를 부탁할 가능성 크다는 게 한은 안팎의 전망이다. 그 수단이 금리 변동과 같은 통화정책이나 금융중개지원대출 등 신용정책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총재가 지난 12일 창립기념식에서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만큼 이와 관련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제의 주요 현안인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급등 역시 협의 테이블 위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최경환 전 부총리식 금리 인하 압박은 없지 않겠느냐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문재인 정부가 다른 정부에 비해 한은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는 만큼 ‘금리 인하’와 같은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김 부총리 역시 오는 14일(현지시각) 개최될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이에 따른 자본이탈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처음으로 주재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미국 FOMC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 같다”며 “필요시에는 대응계획에 따라 시장안정화 조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통화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압박은 아니어도 경기부양을 위한 한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은 있다. 문 대통령의 경제 멘토인 박승 전 한은총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새정부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중앙은행도 전통적인 물가안정에 얽매이지 말고 국제수지, 고용, 성장 등 민생문제까지 포괄하는 정책 목표를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하기도했다. 따라서 경기부양을 위한 한은의 역할에 대해 이 총재의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


carri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