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반반무마니!”

퇴근길, 허기를 달래기 위해 오랫만에 들린 동네 치킨집. 아파트 단지 옆에 위치한 이곳 매장은 이름있는 치킨 프랜차이즈가 아닌 치킨 두 마리를 1만2000원에 판매하는 박리다매 매장이다. 주문을 한 뒤 맛있게 튀겨지는 소리를 들으며 매장을 둘러보다 매장 한켠에 ‘치킨무ㆍ소스 500원’이라고 써붙인 종이를 발견했다.

열심히 닭을 튀겨주시는 사장님에게 “이제 치킨 무를 500원씩 받는 건가요? 그거 서비스 아니였나요?”라고 묻자 치킨집 사장님은 “최저임금에 배달 대행료까지 오르다 보니 더이상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게 됐네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치킨 마니아들에게 ‘치킨 무 500원’이라는 글귀는 더이상 ‘무마니’를 외칠 수 없게 만들었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과 함께 아삭 시큼한 치킨 무로 완벽한 맛의 밸런스를 자랑하던 ‘반반무마니’ 아니였던가.

포장한 치킨을 들고 나올때 사장님은 미안해하며 “인건비는 올랐죠, 닭값에 재료값까지 들썩이고 거기다 임대료는 제자리 걸음이겠어요? 정말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그래서 고민끝에 치킨값 올려 욕먹는 것 보다 치킨 무 서비스를 접는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한다.

새해 연초부터 최저임금 인상 이슈가 뜨거웠다. 그리고 1월의 마지막날 되돌아본 최저임금 인상의 역풍은 여기저기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그 자체는 바람직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명분은 그래서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그로인한 현장의 갈등, 가격인상, 물가상승 압박 등 풍선효과가 만만치 않다는 게 문제다. 특히 최저임금이 높아지면서 되레 고용이 줄어 실업이 늘어날 수 있고 사각지대에서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고 불법으로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는 부작용도 속출하는 등 새로운 병폐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이 겨우 한달이 지났지만, 그 풍선효과로 여기저기 앓는 소리가 들린다. 아르바이트 직원을 많이 고용하는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와 식당들은 늘어난 인건비 부담에 직원수를 줄이거나 가격을 올리고 있다.

한식 프랜차이즈 놀부부대찌개와 신선설농탕은 일찍이 가격을 인상했다. 놀부부대찌개는 전체 찌개류 가격을 평균 5.3% 올렸다. 신선설농탕도 전체 메뉴 가격을 약 14% 인상했다. 신선설농탕은 대표 메뉴인 설농탕 가격을 기존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순사골국ㆍ만두설농탕 등은 각각 1000원씩 올려 9000원에 판매한다. 무상으로 제공하던 패밀리레스토랑의 식전 빵을 중단하거나 치킨 배달시 공짜 서비스로 주던 치킨 무와 콜라 제공을 중단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동네 식당가들 역시 가격 인상을 고지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함께 농산물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토마토는 한달 전보다 42.9% 상승했고 호박과 상추 역시 각각 35.5%, 33.9%씩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이 치솟는 생활물가에도 한몫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상승하자 일부 식당에서는 주류와 음료 등의 가격 올리기에도 나서고 있다. 제조사인 주류업체 출고가는 변함없지만 가격 결정권을 가진 소매점들이 인상에 나선 것이다. 매장 사장들은 가격 인상 후폭풍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인건비를 극복할 수 있는 묘책 역시 없다고 하소연이다. 그나마 술과 음료가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다는게 업체들의 이야기다. 가격을 올려도 마실사람은 마신다는 것이다.

경기도 고양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40대 강모 씨는 “주변 프랜차이즈 매장들은 하소연 하거나 협상을 할 수 있는 가맹본부라는 파트너라도 있지만 우리같은 자영업자들은 모든 부담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찬성하는쪽 이지만 갑자기 큰폭으로 오른것은 사실 부담이 크다”며 “정부가 우리같은 자영업자 돈으로 인심 쓰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지난해(6470원)보다 16.7% 올랐다. 앞으로 더 오를 것은 예견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시급 1만원을 공약했다. 올해보다 2470원, 30%이상 더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올려라, 말라의 얘기가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다양한 시장 관계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의 풍선효과에 일방적인 고통을 받는 것은 아닌지 지금이라도 면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시장 안정 자동조절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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