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자금 돕는 것도 자금세탁 “적발시 최고 인가 취소까지” 금감원, 내달 검사착수 가능성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전업권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금융감독 당국이 국내 금융사의 자금세탁방지 업무에 고삐를 죈다. 관련 조직 정비가 끝나 1분기 중 검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 등이 특정 회사의 비자금 관리에 연루됐어도 ‘모르고 했다’고 변명하는 관행이 국제 기준으로 봤을 때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내부통제 체제 구축을 지도할 방침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수석부원장 산하에 최근 설치된 자금세탁방지실은 은행ㆍ보험 등 업권에 구애받지 않고 검사 업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자금세탁방지 기획팀과 검사 1ㆍ2팀 등 3개 팀으로 총 14명으로 구성했다. 각 업권에서 검사 업무 노하우를 쌓은인물들로 채웠다. 현재 은행 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사로부터도 자금세탁방지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리스크 분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업권별로 팀을 나누긴 했다”면서도 “소수정예여서 검사 성격에 따라선 전원이 투입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동타격대식’ 검사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사들이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눈높이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아이슬란드가 반면교사다. 아이슬란드는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금융조치행동기구(FATFㆍ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방지를 위한 정책 결정기구) 총회에서 국제기준에 미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국 관계자는 “아이슬란드는 자금세탁ㆍ테러자금조달과 관련한 수사, 법인ㆍ단체의 실제 소유자 정보 공개 미흡 등이 문제가 됐다”며 “FATF 정회원은 자금세탁 방지 수준이 높다고 인식됐는데 평가가 강화되면서 더 엄격한 기준 준수가 필요해졌다”고 했다.
아이슬란드는 앞으로 1년간 지적 사항을 개선하지 않으면 자금세탁 위험국가로 간주된다. 금융거래시 비용 증가 등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내년 상반기부터 FATF의 평가가 시작돼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잠시나마 유럽연합(EU)으로부터 조세분야 비협조지역, 즉 조세회피국으로 지정됐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은행에 검사를 나가면 (특정 회사의 비자금을) 알면서도 거래한 거 아니냐는 정황이 적지 않은데, 은행원들은 ‘모르고 했다’고 얘기한다”며 “국제 기준으로 보면 범죄단체ㆍ범죄국가 자금의 해외이전도 문제이지만, 회사의 불법자금 조성에 도움을 주는 것도 자금세탁 견지에서 인가 취소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사안이기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권역별로 자금세탁방지업무 체계 도입ㆍ운영실태를 면밀히 들여다 볼 계획이다. 또 국내 본점의 해외점포 관리ㆍ감독의 적정성 등도 따질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실이 운영되는 걸 계기로 금융권에서도 해당 업무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안다”며 “경영진이 관심을 갖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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