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38.5%...대응 어려워 창구ㆍ콜센터 직원들 피해 커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최근 각계에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번지고 있지만 은행권은 비교적 잠잠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없어서라기 보다는 상당수 사건이 고객에 의해 발생,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상반기 안에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성폭력과 감정노동에 대한 인식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고객에 의한 성폭력은 지난해 금융노조와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가 함께 실시한 2차 정규직(정규직에 편입되지 못한 무기계약직) 대상 실태조사에서 드러났다.
실제 지난해 조사에 참여한 9개 시중은행 2차 정규직 3297명 중 성폭력(성희롱, 성추행 포함) 피해가 있다고 밝힌 응답자 수는 537명(16.3%)에 달했다. 성폭력 가해자 유형별(복수응답 허용)로는 상급자가 381명(70.9%)으로 가장 많았고 고객이 207명(38.5%)으로 뒤를 이었다. 성폭력 피해 10건 중 4건은 고객에 의해 발생하는 셈이다. 동료는 35명(6.5%)으로 가장 적었다.
은행 2차 정규직 직원들이 겪은 폭언, 폭행 피해는 대부분 고객에 의해 발생했다. 폭언 피해 경험자 1742명 중 1424명(81.7%), 폭행 피해 경험자 126명 중 85명(67.5%)이 고객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고객에 의한 성폭력은 피해가 발생해도 고객이라는 점 때문에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해 혼자 덮거나 ‘쉬쉬’ 하고 있다. 특히 젊은 여직원이 많은 창구 텔러들은 이런 갑을(甲乙) 관계를 악용한 고객의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창구 고객이 “엉덩이가 커서 애를 잘 낳겠다”고 성희롱 발언을 하거나, VIP 고객이 지점 직원들과의 회식에서 슬쩍 성추행을 하고 따로 만나 술을 마시자고 몰래 제안하는 일부터 화상 상담 콜센터에서 나체로 상담해오는 고객까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우미 금융노조 부위원장은 “은행은 대면 업무를 하기 때문에 고객에 의한 성폭력 피해가 많다”면서 “상담을 거부할 권리 등 다양한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 해 조사에서는 고객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심층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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