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가구 들어가 조사하라” 개정 공동주택관리법에 하소연 “주민들에게 ‘아파트 복도에선 담배 꺼주시라’ 부탁하다가도 잔인한 발길질에 쓰러진 홍제동 경비원 생각에 흠칫하죠.”
층간소음과 아파트 내 흡연 등으로 인한 아파트 주민간 분쟁이 힘없는 관리사무소와 경비원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홍제동 경비원 살인 사건은 층간 소음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앙심을 품어왔던 40대 남성이 70대 아파트 경비원을 때려 숨지게 했던 사건이다. 금연아파트 지정 등 관련 제도는 넘쳐나지만, 정작 실질적인 단속 권한을 가진 구청 등은 인력부족을 호소하며 아파트 현장에 중재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경비원들은 “가진 권한이 작은 사람에게 중재자 역할을 떠넘겨서 되겠냐”며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층간 흡연 분쟁을 경비원들이 직접 조정할 수 있게 되면서 아파트 경비실은 흡연분쟁 성토 장소가 됐다.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피해자가 아파트 관리 주체(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층간흡연을 신고하면, 관리주체가 실내 흡연이 의심되는 집에 들어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필요한 조사를 하고 사실로 확인되면 관련 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관리사무소와 경비원들에게 중재자 역할을 부여한 것이 법안의 골자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경비원들은 “흡연 민원이 지속적으로 들어오지만 안내방송과 안내문을 붙이는 것 이상으로 제재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공동주택관리법이 바뀐 후 경비실에 쏟아지는 주민들의 항의는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원 이모(67) 씨는 “이웃간 층간소음이며 흡연 문제로 경비실에 항의가 들어오는데, 주의를 줘도 개선되지 않으니 불만은 눈에 보이는 경비실로 모인다”고 했다. 그는 “화풀이하기에 만만한 게 경비실이다보니 홍제동 살인사건도 발생하지 않았나 싶다. 나이가 나이이다보니 나였어도 무차별 폭행에 손도 못쓰고 당했을 게 뻔하다. 섬뜩하고 서럽다”고 덧붙였다.
금연아파트로 지정된 곳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금연아파트에서는 복도·계단·엘리베이터·지하주차장 4곳 중 일부 또는 전체를 금연 구역으로 정하고, 위반시 과태료 5만 원이 부과된다. 금연아파트 지정은 공동주택 가구주 50% 이상의 동의 서명을 받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청하면 가능하다.
경기도의 한 금연아파트 경비원 이모(65) 씨는 “민원이 들어오면 반드시 흡연 의심 장소에 직접 출동해보지만, 사람은 없고 담배 꽁초만 남아있는 상황이 대부분”이라며 “‘금연아파트인데 왜 제대로 관리도 안 하느냐’는 민원이 들어오면 죄송하단 사과밖에 드릴 게 없다”고 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정작 금연구역 단속을 담당해야할 공공기관에서는 구청 단속원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손 놓고 있는데, 중간에서 경비원만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김유진 기자/kacew@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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