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언론에 비친 것만큼 제가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이해하죠….”
극우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행보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무시하는 태도 때문에 나라 안팎에서 비판을 받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내달 초 최퇴임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나눈 대화의 일부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만찬에서 오고 간 얘기라고 블룸버그가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31일 보도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만찬에서 다른 나라 정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왕따’의 모습을 보였는데, 메르켈 총리가 곁을 주면서 대화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이 나쁘게만 쓴다’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자조에 16년 재임 동안 미디어의 압박을 경험한 메르켈 총리가 위로를 전한 셈이다. 솔직한 대화는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진 이들이 의미있는 얘기를 나누는 장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후 메르켈 총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현재 가장 큰 문제가 뭐냐”고 물었다고 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휘발류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답했다. 가뜩이나 빈부격차가 심하고 코로나19 사망자가 세계 두 번째로 많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급등에 부담을 느낀다는 점을 토로한 셈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내년 10월 2일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에게 크게 뒤지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다른 G20 지도자와 달리 궁지에 몰린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이전부터 소통을 유지하려 했다고 블룸버그는 썼다. 독일에 브라질은 큰 비즈니스 파트너인 점 등을 두루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예컨대 2019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공개 비판한 적이 있는데, 메르켈 총리는 다른 정상에게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더 이상 고립시키지 말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번 로마 G20정상회의에서도 다른 정상의 냉대를 받은 것처럼 보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기후변화 대응이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이지만,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아마존 열대우림 무단벌채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는 평가가 영향을 미쳤다. 그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31일 오전 로마의 관광명소인 트레비 분수를 찾아 셀카를 찍는 일정을 소화했다. 비슷한 시간 로마 중심부를 산책한 다른 나라 정상과 동떨어진 ‘독자 행보’였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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