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의 밤(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민음사)=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의 신작 장편소설. 코로나 이후 최초의 팬데믹 소설로, 역사와 미스터리를 결합해 장대한 서사를 완성했다. 파묵은 오랫동안 전염병을 소재로 한 소설을 고민했고, 5년 전부터 이 작품을 집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가 완성돼갈 무렵,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돼 현실이 그의 소설과 같은 상황이 됐다. ‘페스트의 밤’은 1901년 오스만 제국하의 민게르라는 가상의 섬에 페스트가 퍼지면서 시작된다. 방역을 위해 술탄의 명을 받은 유능한 방역전문가 본코프스키 파샤가 파견되지만 도착한 지 얼마 안돼 거리에서 피살된다. 파샤는 정통 기독교도였다. 술탄은 다시 이슬람교도 의사 누리를 파견하는데, 누리는 방역 조치와 함께 파샤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야 한다. 그러나 방역은 행정부의 무능과 제재 조치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실패로 돌아간다. 민게르 섬은 서구 열강의 압력을 받게 되고 술탄은 이에 오스만 전함으로 섬을 봉쇄하기에 이른다. 절망에 빠진 섬은 독립국가를 선포, 독자적 길을 걷는다. 이제 섬 스스로 전염병을 퇴치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소설은 방역을 강행하려는 정부, 방역을 거부하고 나아가 전염병을 믿지 않는 사람들, 이슬람교 대 정통 기독교, 교육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부자와 가난한 사람, 상류층과 노동계급 등 질병이 퍼짐에 따라 각자 달라지는 대응 방식을 세밀하게 묘사하는데 코로나 현실과 겹쳐진다.지난해 터키 현지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이 소설은 해외 출간으로는 한국어판이 가장 빨리 나왔다. 영미판은 올 하반기에 출간될 예정이다.
▶NFT 미래수업(홍기훈 지음,한국경제신문)=2021년 3월 비플의 NFT 작품 ‘매일:첫 5000일’이 크리스티 온라인 경매에서 약 780억원에 낙찰됐다. 2021년 6월에는 24x24픽셀 캐릭터인 마스크를 낀 크립토펑크가 소더비 경매에서 약 190억원에 팔렸다. NFT열기는 국내에서도 뜨겁다. 디지털 이미지 원본을 소장하는 것일 뿐, 누구나 이미지를 다운 받아 사용할 수 있는데 투자자들은 왜 NFT에 몰려드는 걸까? 지난 10여 년 간 블록체인, NFT, 가상자산, 메타버스 등의 혁신기술을 연구해온 재무전문가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NFT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 현재 가장 인기있는 NFT는 무엇인지, NFT의 취약점과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등 NFT에 관한 궁금증을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NFT는 2014년 뉴욕대 예술학부 케빈 메코이 교수가 불록체인 네트워크에 작품 ‘퀀텀’을 소유권 증명과 함께 등록한 게 시초이다. 이후 2017년 매트 홀과 존 왓킨슨이 발행한 토큰 크립토펑크에서 NFT의 경제적 가치를 갖게 된다. 게임개발사 엑시엄젠은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이더리움 기반의 고양이 육성게임 크립토키티를 대체불가토큰으로 출시, 1억원이 넘는 NFT고양이가 생겨날 정도로 인기다. 저자는 이같은 크립토키티 등 디지털 수집품을 비롯, 예술품, 음악 미디어, 게임 아이템 등 저작권과 원본성, 보유이력이 중요한 문화예술산업을 NFT의 성장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로 꼽는다. 현재 관심을 모으고 있는 NFT의 사례들, 투자와 활용 등 성공적 비즈니스 가이드까지 NFT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쏙쏙 알기 쉽게 풀어냈다.
▶국문학의 자각 확대(조동일 지음, 지식산업사)=세계인들을 매료시키는 한류의 바탕에는 전통의 재해석이란 흐름이 있다. 국악과 힙합이 만나고 한복이 아이돌과 만나 전에 없던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원로 국문학자 조동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문화, 예술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으려면 학문적으로 탄탄한 구축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새로움과 창조의 보고는 고전이다. 그렇다고 그냥 고전 읽기는 무의미하다. 스스로 고전에 토를 달아보고 세계관을 발전시키는 독서가 중요하다. 의문을 키우고 원리를 찾아나갈 때 새로운 게 나온다는 것이다. 이는 저자가 강조하는 ‘전범 넘어서기’의 전제다. 저자는 이를 통해 이규보는 이두로 대표되는 중세전기의 문학, 곧 헌집을 무너뜨려 중세 후기 새집을 지었다고 평가한다. 50년 동안 학문 연구와 교육현장에 몸담아온 저자는 판소리 다섯마당을 빌어 새 시대 우리 학문과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지, 문화의 시대 과제 등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교육과 학문의 위기를 보여주는 현장의 모습과 대안 제시는 절실함을 담고 있다. 저자는 대학교육의 학과에서부터 대학원 제도상의 연구교수, 박사지도교수 등 구체적이고도 상세한 인문학 진흥 방안을 제시한다. 핵심은 통합과 융합, 협동연구이다. 학문과 교육은 별개가 아니라는 얘기다. 공연예술의 창조적 원리로 공연자와 참여자가 함께 하는 대동창작이라는 예술계승방법론을 제시한 점도 새롭게 다가온다. 국문학에서 시작해 철학,역사로 확대시키며 문화의 시대 새로운 창조학을 어떻게 일궈나가야 할지 통찰을 담아냈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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