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법상 폐지불구 부칙에 불소급 규정

약국에도 요양기관에도 불필요한 부담 지워

과징금 대체 처분이 제약사 처벌효과 더 커

 

사문화된 한 법 규정이 환자의 건강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법상 리베이트 의약품에 대한 요양급여를 정지할 수 있게 한 제도(법 제42조의2)는 2014년 7월 도입됐다 2018년 3월 법 개정으로 폐지됐다. 급여를 정지할 경우 환자의 건강권이 침해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해당품목 삭제와 대체약제 구입에 따라 요양기관은 물론 일선 약국에도 부담을 지운다는 점도 고려됐다.

급여정지 행정처분은 처분의 당사자인 제약사보다는 선의의 제3자인 환자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이에 따라 2018년 9월 이후부터는 리베이트에 대해 1, 2차 약가인하 3, 4차 급여정지 처분을 받도록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동일한 리베이트 행위를 저질러 3, 4차 급여정지 처분을 받는 경우에도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리베이트 의약품이 환자진료에 불편을 초래하는 등 공공복리에 지장을 줄 때 한해서다.

이처럼 급여정지 제도는 사문화됐다. 하지만 소급적용을 금지한 규정(건강보험법 부칙, 법률 제18211호)으로 인해 급여정지는 여전히 살아 있다. 부칙 제2조(과징금 처분에 관한 적용례) 제99조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이후 ‘약사법’ 제47조제2항(리베이트로 인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 보류)의 위반과 관련되는 약제부터 적용한다고 돼 있기 때문. 즉, 법 개정 시행 이후에도 개정 법률은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급여정지 처분 시 국민의 의약품 접근권이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같은 비의학적인 사유로 약을 대체하는(오리지널약↔제네릭, 제네릭↔다른 제네릭) 과정에서 부작용이 우려된다. 의약품에 따라서는 ‘생물학적 동등성’이 인정되더라도 ‘치료적 동등성’까지 확보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의약품 용량을 점차 줄이거나, 반대로 늘리는 요법이 실시되는 경우, 호르몬제 등을 일정 기간 스케줄에 따라 투약하고 있는 경우 중간에 의약품이 변경되면 민감한 반응도 생길 수 있다는 게 의학계의 분석이다. 급히 의약품을 변경할 경우 유효성에 차이가 발생, 치료기회를 상실하거나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동일한 성분의 의약품들 간에도 첨가제가 다를 수 있다. 허가된 첨가제에 따라서도 호흡곤란, 알러지, 소화기관 부작용 등이 경고된다.

급여정지 처분을 받는 자와 요양급여 적용을 받는 자가 다르다는 모순도 있다. 처벌을 받는 대상은 제약사인데, 엉뚱하게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는 셈이다.

건강보험법 개정을 위해 2018년 2월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급여정지 처분으로 인해 환자가 피해를 입는 문제를 호소하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복지부 권덕철 차관(현 장관)은 “요양급여가 정지됐을 때 환자에게 약제가 비급여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 그럼으로 인해 의약품 접근권이 침해될 수가 있다”고 했다. 복지부 노홍인 국장도 “리베이트 처벌을 강화한다고 급여정지를 하다 보니 환자들이 약을 못 먹는 문제가 생긴다. 건강보험 급여정지를 하기 때문에 비급여로 구입해야 해 오히려 환자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희귀질환의 경우 비급여 전환 땐 약값 부담이 커진다.

따라서 과징금 대체 처분이 효과적이며, 급여정지 폐지 소급적용 문제도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부 환자단체들은 “리베이트는 분명 근절돼야 할 범죄행위다. 하지만 그 처벌이 행위자(제약사)가 아닌 환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급여정지가 폐지된 만큼 환자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소급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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