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시장은 지금 대기, 대기 중

현대자동차·기아 인기 차종의 대기 기간이 1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이미지는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123RF]
현대자동차·기아 인기 차종의 대기 기간이 1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이미지는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123RF]

#. 40대 A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기아의 전기차 ‘EV6’를 구매하려고 대리점에 문의했더니 내년 겨울은 돼야 차를 받아볼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긴 대기 기간도 걱정이지만, 가격도 문제다. 내년 전기차 보조금이 올해보다 줄어들 경우 같은 차량을 더 비싼 가격에 구매해야 한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완성차 시장을 옥죄고 있다. 자동차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데 긴 기다림은 이제 ‘기본 옵션’(?)이 됐다. 국산차와 수입차를 막론하고 돈이 있어도 차를 사기 어려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 인기 차종의 대기 기간이 1년을 훌쩍 넘어섰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포터 EV’는 계약 후 출고까지 12개월을, 기아 ‘EV6’, ‘쏘렌토 HEV’, ‘스포티지 HEV’ 등은 1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출고 대기 기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자동차 부품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제조원가도 상승했다. 이에 따라 차량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국제 유가 상승, 러시아 육상 운송 제한에 따른 물류비용 증가 등은 제조업 전반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주머니를 닫았던 소비자들이 보복 소비에 나서면서 일시적으로 자동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비싼 값을 지불하고도 차를 사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새 차를 뽑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는 푸념이 나온다. 신차 대기를 포기하고 장기 렌트, 리스로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인기 차종은 어디에서도 확보하긴 쉽지 않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내수 판매 목표를 129만4000대로 세웠다. 그러나 생산 지연으로 목표 달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달 양사의 국내 판매량은 10만9510대로, 지난해 동월(12만1347대) 대비 9.8% 줄었다.

수입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4월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2만3070대로, 지난해 동월(2만5578대)보다 9.8% 감소했다. 아우디의 경우 부품 공급난 등으로 올해 국내 출고 물량이 애초 3만2000여대에서 1만대 이상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출고 적체와 차량 가격 상승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2분기부터는 해소될 것으로 보였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여기에 개별소비세 감면 일몰, 전기차 보조금 축소, 신차 가격 상승 등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