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유희열이 지난 18일 “지금 제기되는 표절 의혹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표절 논란이 끝난 게 아니라 오히려 화두를 던진 격이다. 레퍼런스와 유사성, 표절에 대해 논의하고 더 다퉈봐야할 여지를 남겼다.
유희열은 첫번째 입장 발표문을 통해 “저의 순수 창작물로 생각했지만 두 곡의 유사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유사성을 인정했지만 표절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선 LP 발매를 연기하였고 Sakamoto 측과의 연락을 통해 크레딧 및 저작권 관련 문제를 정리하겠다”고 덧붙인 자체가 표절을 일정 부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그런 가운데 몇몇 음악평론가들은 유희열의 ‘아주 사적인 밤’이 표절이 아니라고 해 더욱 오리무중에 빠지게 됐다. 정민재 평론가는 “코드 진행 일부가 겹친다고 해서 표절이라 할 수 없다. 문제가 된 ‘아주 사적인 밤’과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쿠아’의 경우 ‘메인테마의 유사성’만 느껴지는 수준”이라고 평했다.
얼마전 ‘100분 토론’에서의 전문가 의견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여기서 임진모 평론가는 “이런 사건이 터졌다는건 객관적으로 양심이다, 의도다 이런 말을 하기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다. 도덕적 해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작곡가 김태원도 “표절하려면 멜로디를 1~2개 바꾸는데, 제가 들어본 바로는 8마디 정도가 똑같다. 그 점이 아이러니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이런 상황이니 대중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표절 논의가 한발자국도 제대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상처입은 음악소비자나 대중의 마음은 풀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가요계 전반으로 표절 논란이 확산될 기미를 보인다.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과 이무진의 ‘신호등’이 각각 브라질과 일본 노래를 표절했다는 시비에 휘말렸다.
표절은 명확한 규정이 없어 표절로 결론 내리기가 매우 어렵다. 민사의 영역이고, 소를 제기하면 최종판단은 판사가 한다. 음악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판사도 정확한 판결을 내리기 위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의견을 참고한다.
그러는 사이 피고와 원고가 합의를 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음악제작사들의 법무팀에는 이렇게 해서 물어주는 돈도 꽤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저작권이 새롭게 정리되는 것도 돈이 오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표절논란은 뭔가 한참 잘못돼 있다. 음악 커뮤니케이터 '가치' 등 일부 예리한 분석력을 보여주는 유튜버도 있지만, 구독과 조회수를 올리려는 유튜버나 네티즌이 던지는 내용들을 기사화해 논란을 이어나가는 형국이다.
이럴 때 전문성을 갖춘 관련 단체나 협회들은 뭘 하고 있는지 묻고싶다. 이런 중요한 국면에는 쏙 빠져버리는 게 과연 책임 있는 행동일까? 가뜩이나 기준도 없고 뜬구름 잡는 식으로 이번 표절 논란이 전개되고 있어 대중들은 더욱 답답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소모성 논쟁으로는 표절 논란이 해결될 수 없다. 누구 하나 걸리면 집중적으로 때려잡는 식이 된다면 곤란하다. 유희열에게도 당부하고 싶다. 힘들겠지만 “올라오는 상당수의 의혹은 각자의 견해이고 해석일 순 있으나 저로서는 받아들이기가 힘든 부분들입니다”라고 했으니, 공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는 장으로 나와줬으면 한다. 그래서 표절 논의가 음악산업 전체를 아우르고 비판과 대안을 만들어갈 수 있게 해야 음악생태계도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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