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침수된 4800세대 가운데 2400세대만 침수 대비
‘침수 가구’ 낙인효과에 집주인 설치 꺼리는 상황 지속
입주자 “떠나고 싶지만 상황 어렵고 지원책 어림없어”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이주할 집은 월세가 너무 비쌉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물막이판을 설치하고 싶지만 집주인이 설치를 반대하면 설치할 수가 없어요.”
지난해 물난리를 겪었다는 관악구 신림동 일대 반지하 밀집지역 거주자 60대 A씨의 말이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우에 반지하주택이 침수되었지만, 이곳을 떠날 수 있는 형편도 아닌 데다 침수를 방어할 대책도 없어 이도 저도 못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9일 관악구에 따르면 지난해 관악구에서만 4800여 세대가 침수됐으나 현재 외부에서 빗물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물막이판이 설치된 세대는 그중 절반인 2400여 세대뿐이다.
직접 관악구 신림동 일대를 돌아보니 물막이판이 보이긴 했지만, 설치하지 않은 다세대 주택이 많았고 반지하 주택의 개인 공간을 위한 가림판도 많이 보였다.
다른 거주민 B씨는 “정부에서 지원책을 내놨지만 그 돈으론 어림도 없어서 여길 못나가고 있는 것”이라며 “지난해 침수된 곳에서 누가 살고 싶겠는가. 올해도 비가 많이 온다는데 또 물이 넘칠까봐 조마조마하다”라고 했다.
관악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물막이판을 설치하면 침수 위험이 있거나 침수 피해를 본 집이라고 홍보하는 것으로 생각해서인지 집주인들이 신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임차인이 설치를 원해도 임대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사유재산이라서 설치할 수 없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에도 엘니뇨의 영향으로 7~8월에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다음 달 ‘5일 빼고 비가 내린다’는 소문도 확산되고 있기에 반지하 세입자의 걱정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관악구 관계자는 “물막이판에 대해 적극적으로 집주인들에게 안내하고 침수 우려 지역의 빗물받이의 경우 지속적으로 청소해 집중호우에 피해가 없도록 대비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물막이판의 필요성에 대해 홍보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저희도 방법이 없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폭우를 계기로 ‘지하·반지하’ 주택 폐지대책을 내놨지만 반지하 주택을 포함한 침수 우려 주택 매입은 지난달 11일 기준 72곳에 그친 상황이다. ‘반지하 이주책’도 초라한 성적표에 그쳤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한 최대 2년간 매달 20만원씩 지원하는 반지하 특정 바우처의 경우 지금까지 970여가구가 지원 받았다. 빗물을 저장했다가 비가 그치면 강으로 방류하는 ‘대심도 빗물터널’의 경우 추가로 2곳을 짓기로 했지만, 아직 설계가 진행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다음주 수해 예방 및 반지하 주택 대책의 자세한 방침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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