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세계 최대의 중국 전기차 시장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전반적인 소비 부진과 정부 보조금 중단 이후 우후죽순 난무하던 신흥 제조사들이 경영난으로 존폐의 기로에 놓인 가운데,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오늘날 기존 대형 선도업체 위주로 다시 재편되는 모양새다.
27일 블룸버그는 올해 1분기에 중국 전기차 시장이 ‘경쟁적 시장’에서 벗어났다고 보도했다.
시장 경쟁 정도를 측정하는 허핀달-허쉬만 지수(HHI)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시장의 HHI는 2020년 3월 말 731.9에서 지난해 12월 말 1283.8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 3월 말 1586.1을 기록했다. HHI가 1500 이하면 시장이 경쟁적이고 1500 이상이면 중간 정도로 집중된 것으로 판단한다.
불과 2~3년 사이 중국 전기차업체 수도 크게 감소했다. 전기차 붐에 힘 입어 2019년 약 500곳에 달했던 중국 전기차 업체 수는 현재 100곳 정도로 줄어든 상태다. 왕한양 86증권연구유한공사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신에너지 차량 스타트업의 80%가량이 시장에서 퇴출당했거나 퇴출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업체들이 시장에서 사라진 원인으로 부족한 성능과 디자인 경쟁력을 꼽았다. 초창기만하더라도 다수의 제조사들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요건만을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의 최소한의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 전기차를 만들었다.
결국 전기차 시장이 성숙하고, 기술력과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의 기준이 높아지면서 치열해지는 전기차 시장 경쟁에서 ‘보조금용 자동차’를 만들었던 업체들은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신흥 제조사들의 ‘생존 경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중국의 경기 회복이 더디게 나타나면서 중국 소비 시장 전반이 얼어붙은데다, 중국 정부가 공격적으로 제공하던 보조금마저 올해부터 끊기면서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다소 주춤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테슬라가 불을 붙인 가격 경쟁이 격화되면서 신흥 제조사들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같은날 월스트리트(WSJ)는 한때 ‘테슬라킬러’라 불렸던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NIO)가 최근 가격 인하 노력에도 불구하고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니오의 1분기 신차 판매 수익률은 전년 같은 기간 18%에서 5%까지 떨어졌다. 니오는 이달 모든 모델의 가격을 4200달러(547만원) 인하하며 뒤늦게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투자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결국 수익 감소는 회사의 유동성 위기로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3월 말 기준 니오의 단기 유동성은 1년 전의 3분의 1 수준까지 감소했다. 창업자인 윌리엄 리 니오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매출 부진이 현금 흐름을 짓누르고 있다”면서 “유동성 리스크를 신중하게 관리해야한다”고 인정했다.
웨이마(WM) 자동차 역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1년 4분기 1만1800대였던 판매량은 올해 1분기 712대까지 줄었다. 웨이마는 올 초 현금이 바닥나자 임금 삭감과 해고, 매장 폐쇄 등을 단행했다.
여기에 4000달러(약 520만원)짜리 전기 해치백으로 이름을 알렸던 레틴오토는 지난 5월 신규 자금 수혈에 실패하며 파산신청을 했고, 니오와 함께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3사 중 하나로 꼽히는 샤오펑(Xpeng)도 올해 신규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하는 등 판매 부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조엘 잉 노무라 자동차 분석가는 “모든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특히 스타트업들은 내연기관차를 캐시카우로하는 기존 차동차 회사들보다 (시장 상황 변화 등에) 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장 변화 속에 이미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업체들은 더욱 시장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상위 4개 전기차 제조사의 판매 점유율은 2020년 1분기 44%에서 올해 1분기 60%까지 올랐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 1위인 BYD와 2위 테슬라 사이의 판매 점유율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2020년 3월 말에는 테슬라(15.8%)가 BYD(15.1%)를 근소하게 앞섰지만 2021년 6월 말부터 줄곧 BYD가 우세하며, 올해 3월 말 기준으로는 BYD(36.0%)가 테슬라(11.2%)의 3배 이상을 기록했다.
신흥 전기차 제조사들의 경영난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가 최근 2027년까지 전기차 신차 구매 시 세제 혜택을 연장하기로 하면서, 소비 진작에 대한 의지를 내비침과 동시에 더 이상 경영난에 빠진 업체를 보조금으로 연명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중국의 부족한 충전 인프라가 장기적으로는 중국 전기차 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번거로운 충전과 이로인한 주행거리 단축이 결국 소비자들로 하여금 전기차를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레이그 쩡 오토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지역사회에는 설치할 수 있는 충전기 수가 한계가 있다.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 자체가 상대적으로 귀찮은 일”이라면서 “충전의 문제는 점점 더 명백해져 전기차를 사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미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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