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차저, 美 급속충전기 60% 차지

현대차·기아 등 7개사 3만개 설치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 [현대차 제공]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 [현대차 제공]

충전 인프라 부족이 전기차 시장 성장의 걸림돌로 지목되면서 충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도심 내 대형마트, 백화점 등 주요 거점에 급속충전기 보급을 확대해 충전 편의성을 높이고, ‘충전 동맹’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 간 호환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충전 방식의 표준화 움직임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거세지고 있다. 신호탄은 테슬라가 쏘아 올렸다. 지난해 11월 자사의 독자 규격인 ‘NACS (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를 타 자동차 업체가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면서다. 전국에 깔린 충전기 이용률을 높이고,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동안 미국에서 테슬라는 NACS를, 타 업체들은 ‘CCS’ 커넥터를 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테슬라가 이런 결정을 내리면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리비안과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스웨덴 볼보, 일본 닛산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대기업들이 NACS를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테슬라의 슈퍼차저는 미국 전체 공용 급속 충전기의 60%를 차지하는 등 보급률이 상당한 수준이다.

전기차 충전소 운영업체도 대세를 따라가는 분위기다. 미국 내 전기차 충전소 제조업체인 블링크차징, 차지포인트, 호주에 기반을 둔 트리티움 등도 자신의 충전소에 CCS와 함께 NACS 연결 포트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스위스 충전기 제조업체 ABB의 미주법인도 NACS 커넥트를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의 핵심 주도 테슬라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는 NACS 방식을 전기차 충전소에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앞서 켄터키주 역시 NACS 의무화를 선언했다. 워싱턴주도 이를 검토 중이다. 플로리다주는 내년 테슬라의 충전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슬라가 사실상 북미 충전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반대 세력도 생겨났다. 현대자동차·기아, BMW, GM, 혼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텔란티스 등 7개 사의 충전동맹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협약을 맺고, 미국 전역에 최소 3만 개의 충전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들이 구축하는 충전소에서는 CCS와 테슬라의 충전 규격인 NACS 커넥터를 함께 제공한다. 내년 여름 미국에서 첫 충전소를 연 뒤 캐나다로 확대할 예정이다.

NACS 전환을 선언한 벤츠와 GM까지 충전동맹에 참여한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테슬라가 충전소 개방 전략으로 굴지의 완성차 회사들을 자사 진영으로 이끌었듯, 7개사 또한 테슬라 충전방식 전기차에도 충전소를 열어놓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충전 시장 지배력이 전기차 판매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미 등은 장거리 운전이 잦아 충전소 확충 문제가 구매에 있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완성차 입장에서 충전소는 고객의 개인정보, 주행·충전 데이터 등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창구’라는 점에서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기도 하다. 현재는 북미를 중심으로 충전 전쟁이 가시화했지만, 향후 유럽, 아시아 등에서도 경쟁이 예상되는 이유다.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참전하며 충전 인프라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디테크엑스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은 내년부터 10년간 연평균 14%의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034년 기준 시장 규모는 1230억달러(약 16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