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피해보상 전화 급증…요구 관철 안되면 욕설 다반사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사건 후폭풍 여파로 대한항공을 비롯한 항공업계에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 경계령이 떨어졌다.
과거에도 기업을 상대로 도가 지나친 요구를 하는 블랙컨슈머들은 종종 있었지만 ‘땅콩 회항’사건 이후 기업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진 대한항공에 일부 고객들의 과도한 피해 보상 요구가 집중되고 있다.
블랙컨슈머는 일반적으로 ‘기업을 상대로 구매한 상품에 대해 보상금 등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악성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과거에 대한항공을 이용했던 일부 고객들은 이번 조 전 부사장 사태에서 논란이 됐던 ‘매뉴얼’을 거론하면서 “(우리에 대한 피해 보상을) 매뉴얼대로 제대로 다시 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이 무리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전화는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 이들은 조 전 부사장의 ‘슈퍼갑질’에 빗대 ‘을’의 권리를 내세워 금전적ㆍ정신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구 조건을 들어 주지 않을 경우 직원들에게 심한 욕설을 퍼붓는 일도 다반사다.
블랙컨슈머의 요구 유형도 다양해 이미 수년 전에 비행기 연착으로 할인우대권을 받은 고객이 우대권을 더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가 하면, 좌석승급 요청 및 장거리 왕복 항공권을 내놓으라는 고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정비점검으로 인한 항공기 지연에는 1만원 상당의 할인우대권 10매 정도를 지급하고 있는데, 최근 일부 고객은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며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항공사들의 운송 약관에 따르면 기상조건, 천재지변 등 항공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의해 지연이나 결항이 발생했을 경우 책임을 지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정비로 인한 지연 및 결항의 경우에도 항공사의 면책을 인정하고 있다.
‘땅콩 회항’사건으로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대한항공 측은 그러나 고객들의 이런 요구들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른 저가 항공사들의 경우도 이런 분위기가 자사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분위기다.
처음 ‘땅콩 회항’사태가 터졌을 때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외국계 항공사들도 “대한항공은 해주는 데 왜 너희 항공사는 안 돼냐”는 등의 항의 전화가 늘어날까 걱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고객들의 ‘떼쓰기’에 가까운 이런 주장들은 경우에 따라 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경진 변호사(법무법인 이인)는 “오너 일가에 대한 분노가 왜곡된 형태로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러나 블랙컨슈머들의 무리한 요구들은 사안에 따라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상현 기자/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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