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방송사의 얼굴’인 아나운서들의 홀로서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오정연 KBS 아나운서의 퇴사설이 불거지며 방송가에선 아나운서들의 퇴사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KBS 아나운서실은 유난히 ‘누수’가 심하다. 오정연 아나운서 이전 한석준 아나운서가 KBS를 떠난다는 설이 새나왔다. 한 아나운서는 KBS의 자회사인 KBS미디어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는 것으로 회사에 남았으나, KBS의 경우 ‘간판’이라 불릴 만한 얼굴을 알린 유명 아나운서의 숫자 만큼이나 퇴사 비율이 다른 지상파 방송사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미 오정연 아나운서의 동기인 32기 아나운서 전현무 이지애 최송현이 퇴사해 각각 방송인과 배우로 활동 영역의 폭을 넓혔고, 그 이전에 박지윤 손미나 노현정 김경란 등이 일찌감치 사표를 던지고 나왔다. 입사 당시부터 철저하게 트레이닝된 인력들이 빠져나가는 것은 회사의 입장에선 손실일 수밖에 없다.
방송 관계자들은 KBS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선언 비율이 높은 이유로 두 가지 측면에서 찾았다.
하나는 긍정적인 이유가 있다. KBS의 한 관계자는 “KBS 아나운서가 MBC나 SBS에 비해 프리 선언 비율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제하며 “타사에 비해 아나운서의 숫자도 많고, 보유하고 있는 채널과 프로그램의 수도 많은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KBS본사 소속의 아나운서는 총 103명이다. ‘인력’이 많은 만큼 ‘경쟁’도 치열하지만 KBS의 경우 “라디오, 정보 프로그램, 뉴스, 예능 등 아나운서들이 노출될 수 있는 영역이 많아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기회도 더 많이 주어진다”며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아나운서, 얼굴이 알려진 인지도 높은 아나운서들이 KBS에 많다. 프리랜서를 선언하는 아나운서가 대부분 지명도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능한 인력이 그만큼 많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퇴사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부정적인 이유 역시 이 부분에서 찾았다. 이 관계자는 “인지도는 높아져 연예인 못지 않게 얼굴을 알렸는데 상대적으로 대우가 좋지 않다. KBS는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토크나 기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해도 개별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는다”며 “개인이 얼굴을 알리고 명성이 높아진다고 해서 월급이 달라진다거나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조직은 아니다”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짚었다. 실제로 KBS2 예능 프로그램 ‘풀하우스’에 출연한 임수민 조우종 아나운서는 회당 출연료를 9000원~1만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보다 근접한 이유는 퇴사 아나운서들이 스스로 밝히는 것처럼 “진로에 대한 발전 가능성”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2000년대 중반 시작된 소위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 시대의 흐름에 아나운서들은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며 다재다능한 매력을 발산했다. 얼굴을 알리고 인기가 높아진 아나운서들은 울타리를 떠났다. 김성주 박지윤 전현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알려진 얼굴의 경우 기획사로부터 러브콜도 많기에, 방송 영역을 넓혀 활동하려는 아나운서의 경우 인지도 높은 인물들이라 것도 당연지사다.
다만 현재의 방송환경이 녹록치는 않다. 이미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MC 자리는 아나운서 출신을 기준으로 보면 남자의 경우 김성주 전현무가 양분했고, 여자의 경우 대부분의 자리에 ‘욕망 아줌마’라는 자체 캐릭터를 구축한 박지윤이 꿰차고 앉았다. 경계가 허물어진 시대이다 보니 전문MC가 아닌 배우, 가수, 개그맨이 진행자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톱’을 요구하는 자리에선 이미 유재석 신동엽이라는 두 명의 국민MC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물론 남자 아나운서에 비해 ‘연예인화’가 진행된 여자 아나운서는 보다 기회가 많은 편이지만, 수많은 여자 아나운서들이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어도 험난한 방송세계에서 자리를 잡고 꾸준히 얼굴을 비치는 일은 흔치 않다. 아나운서 보다는 배우와 가수 출신 연예인의 선호도가 높은 셈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활약하는 시절 특출난 입담을 뽐내고 인기를 얻은 아나운서들이 장외경쟁을 벌이는데 거기에 더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들이 라이벌이 된 상황”이라며 “회사에 소속돼 고정 프로그램을 맡을 때와는 달리 보다 다양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도전이지만, 작은 파이를 나눠가지게 되니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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