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필리핀의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37)가 3일(현지시간) 열린 세기의 복싱대결에서 미국의 플로이드 메이웨더(38)에게 판정으로 패배하자 필리핀 전역이 실망과 비탄에 휩싸였다.

AFP통신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경기가 끝난 직후 성명을 발표했다. 아키노 대통령은 “파키아오는 진정한 국민의 챔피언”이라면서 “그는 포인트가 아닌 명예를 위해 싸웠다. 그리고 세계인의 마음을 얻었다”며 찬사를 보냈다.

AFP통신은 “필리핀 국민이 파키아오가 패배하자 실망에 빠져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수많은 필리핀 국민은 극장이나 체육관, 광장 등지에 모여 단체 응원을 하며 대형 화면을 통해 경기를 지켜봤다.

시민 수천명이 모인 마닐라 교외 마리키나의 광장에서 경기를 관전한 공무원 윌리 미라부에나(48)씨는 “반드시 재경기를 해야한다”면서 “파키아오는 이번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그는 여전히 강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나라 외딴 섬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주먹 두 개로 성공 신화를 쓴 파키아오는필리핀의 희망이자 국민 영웅이다. 그는 현역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파키아오는 이날 적극적인 인파이팅을 펼쳤으나 그의 펀치도 완벽한 아웃복싱을 구사하는 메이웨더에게는 좀처럼 닿지 않았다. 12라운드 내내 지리한 공방으로 승부를 내지 못한 이날 경기는 심판전원일치 판정(3-0)으로 메이웨더가 승리했다.

메이웨더는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세계복싱평의회(WBC)ㆍ세계복싱기구(WBO)ㆍ세계복싱협회(WBA) 웰터급(66.7㎏) 통합타이틀전에서 파키아오를 12라운드 심판 전원일치 판정으로 꺾었다.

이로써 메이웨더는 48전 전승(26KO)을 기록하며 ‘무패 복서’의 타이틀을 지켰다.

파키아오의 전적은 57승(38KO) 2무 6패가 됐다.

이번 경기는 ‘12라운드 판정승’으로 사상 최고의 아웃복서인 메이웨더가 승리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측이 그대로 적중한 한 판 승부였다.

‘인파이터’ 파키아오가 시종일관 품을 파고들며 주먹을 던졌으나 최강의 ‘아웃복서’ 메이웨더는 무수한 펀치를 대부분 피했다.

메이웨더는 1라운드에 예상과는 달리 다소 공세적인 자세를 보여 관중을 들끓게했으나 이게 전부였다.

메이웨더는 팬들이 원하는 화끈한 승부에는 관심이 없는 듯 적시 적소에 차곡차곡 주먹을 꽂는 영리한 포인트 운영을 이어갔다.

파키아오가 다가서면 메이웨더가 피하는 양상이 이어지던 4라운드 파키아오는 몸이 풀린 듯 물 흐르는 듯한 연타를 과시했다.

왼손 카운터 스트레이트를 메이웨더의 안면에 적중시켰고 이어 복부에 두 방을 더 던져 충격을 줬다.

영리한 메이웨더는 5라운드에 곧바로 주도권을 되찾았다. 파키아오가 어정쩡한 거리를 유지하는 사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리치의 우세를 활용, 안면에 오른손 펀치를 꽂았다.

6라운드에 파키아오가 다시 십자포화를 퍼부었으나 소득은 없었다. 경기 양상은다시 메이웨더가 만든 흐름을 파키아오가 깨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마지막 12라운드에서도 파키아오의 연타를 대부분 피한 메이웨더는 공이 울리기도 전에 승리를 확신한 듯 두 팔을 들어올렸다.

경기가 끝나자 심판들은 3-0 전원일치로 메이웨더의 손을 들어줬다.

많은 전문가들도 ‘판정으로 가면 메이웨더, KO로 승부가 나면 파퀴아오의 승리’를 점쳤다.

파퀴아오의 강력한 ‘한 방’이 터지지 않을 경우엔 메이웨더의 영리한 경기 운영을 당해내기 어렵다는 분석이 적중한 셈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베팅사이트는 파퀴아오의 승리에 높은 배당금을 걸었다. 파퀴아오가 이길 확률이 낮다는 의미에서 였다.

이로써 ‘방어의 신(神)’으로 불리며 단 한 번도 지지 않은 47승의 무패 복서 메이웨더는 48전 48승의 전승 기록을 이어갔다.

이번 경기 수익은 복싱 역사상 최고액인 4억달러(약 4297억원)다. 대전료는 메이웨더가 60%, 파퀴아오가 40%를 가져간다는 조항에 따라 메이웨더가 1억5000만달러(약 1611억원), 파퀴아오가 1억달러(약 1074억원)를 챙기게 된다.

한편, ‘세기의 대결’로 관심을 크게 불러모았던 이번 경기가 졸전으로 끝나면서 두 선수의 재대결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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