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시끄럽다. 지저분하다. 아니,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정치 얘기다. 총선이 2주 정도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가 시끄러운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총선을 앞두곤 늘그랬다. 평소 표밭관리에 게을렀던 의원님들이 실직(失職) 공포에 휩싸이면서, 실력이 아닌 ‘끼리끼리’ 공천전쟁을 벌이다보니 여의도는 항상 4년마다 한번씩 유리가 깨지는 파열음이 나곤 했다. 이번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여당은 옥새파동(김무성 대표가 언제 주도권을 쥔 적이 있었나? 기자는 ‘옥새’라는 단어도 반감이 든다)으로 친박, 진박, 비박 헤게모니 싸움의 극치를 보여줬고, 야당은 크게 보면 친노, 비노, 반노의 계파싸움으로 공천이 얼룩졌다. 이를보는 국민은 피곤하다. 표는 국민이 갖고 있는데, 여의도 사람들은 각자의 ‘존영(尊影)’에 충성경쟁하며 공천에 임하니 정치 불신은 점점 심각해지는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이를 모르는 이는 국회의원들 밖에 없는 듯 하다. “정치, 요즘 공천 과정을 보니까 정말 정이 뚝 떨어지고, 진절머리가 나네요.” 밥먹던 지인이 정치얘기를 꺼내자, 평소 그 답지 않게 선을 긋고 나선 것은 이 때문이리라.
사실 기자 역시 그렇다. 정치부 기자를 오래했지만, 이번 공천전쟁처럼 지저분한 것은 보지 못했다. 큰 정치는 사라지고, 소인배식 사당화(私黨化)돼 가는 여의도에 실망한지 오래다.
조윤선의 선택은 그래서 한줄기 반가움이었다. 얼마전 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서울 서초갑 경선에서 이혜훈 전 의원에 패했다. 당 최고위원회는 서울 용산구 출마를 제안했다. 진영 의원이 탈당한 용산에 ‘조윤선 카드’를 들이민 것이다. 하지만 조 전 수석은 거절했다. “어제까지 ‘서초의 딸’로 서초 출마를 하려 한 사람이 용산으로 가는 것은 서초 주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는 논리였다.
조윤선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큰 걸음이 낫다. 큰 걸음을 조윤선은 택했을 것이다. 물론 그 배경을 기자는 잘 모른다. 용산에서 진영과 싸우는 게 부담됐을 수 있고, 진다면 재기 불능일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고, 훗날을 도모하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렇더라도 순간 이익에 눈멀지 않은 ‘조윤선의 선택’은 말이 쉽지, 행동으로 누구나 옮길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조윤선에 탐탁치 않는 점도 있다. 조 전 정무수석이 여성가족부 장관일때 같이 세미나에 참석한 적 있다.대화를 나눴고, 그에게 충고했다. “툭하면 바뀌는 여성가족부 장관, 그래선 안된다. 여성가족부 장관을 오래해서 육아 및 탁아, 청소년 교육에 관한한 1인자가 돼달라. 그게 당신의 큰걸음이다”는 요지로. 그는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며칠 후 그는 청와대 정무수석 자리로 갔다. 친박이 원죄라고, 대통령 요청을 뿌리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배신감을 느꼈다. 그가 여가부에 더 오래 있으면서 육아 및 청소년 교육에 관한한 범접할 수 없는 실력(?)을 쌓았더라면 더 큰 인물이 됐을 것이다. 기자 생각은 그렇다. 청와대에서의 얼굴마담 논란은 그가 굳이 짊어지지 않아도 됐다.
조윤선의 선택은 훗날 그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까. 궁금하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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