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려는 자녀 위해 증여하고 싶다면

며느리·사위로 수증자 분산해 나눠주기

직계존속 아닌 기타친족 관계로 각각 계산

증여재산 합산 안돼 누진세율 낮출 수 있어

주거비, 식비, 교통비 등 말마따나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쉽게 티가 나지 않는 지출도 있죠. 바로 세금입니다. 뭘 사든 10%의 부가가치세를 부담해야 하고, 급여를 받으면서도 많게는 수십%의 소득세를 냅니다. 상속세·증여세·양도세 등 세금의 세계는 끝이 없습니다.

물론 아깝습니다. 하지만 살면서 절대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죽음과 세금이라고 합니다. 세금 전문가의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주변에서 흔히 할 수 있는 세금 고민을 풀어봤습니다. ‘이왕 낼 세금 상담소(이.세.상)’에서 현명하게 따져보는 건 어떨까요.

경기도 아파트로 이사하려는 박민혁(36) 씨 가족에게 부모님이 모처럼 힘을 보태주기로 했다. 주택 구입 자금에 무려 4억원이나 증여하기로 결심한 것. 문제는 아들 민혁 씨 앞으로 계산된 증여세만 자그마치 5800만원이다. 그러자 민혁 씨 아버지가 며느리에게 나눠서 주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하는데, 과연 최적의 증여 방법은 무엇일까. [게티이미지뱅크]
경기도 아파트로 이사하려는 박민혁(36) 씨 가족에게 부모님이 모처럼 힘을 보태주기로 했다. 주택 구입 자금에 무려 4억원이나 증여하기로 결심한 것. 문제는 아들 민혁 씨 앞으로 계산된 증여세만 자그마치 5800만원이다. 그러자 민혁 씨 아버지가 며느리에게 나눠서 주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하는데, 과연 최적의 증여 방법은 무엇일까. [게티이미지뱅크]

아들아, 너희들 집 장만하는 데 우리가 ‘며느리 사랑’을 한 번 보여줘야지. 어차피 같은 집으로 가는 돈, 너와 며느리한테 나눠주면 증여세도 아낄 수 있다고 하더라.

#. 5년 전 결혼한 박민혁(가명·36세)씨는 아이가 쑥쑥 자라자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기로 결심했다. 경기도에 있는 5억원짜리(24평) 아파트를 부부 공동명의로 구입할 계획이었다. 민혁 씨 부부가 모은 1억원에 부모님이 4억원을 보태주기로 하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세금이었다. 민혁 씨가 한 번에 4억원을 증여받으면 내야 할 세금만 무려 5800만원. 그러자 민혁 씨 아버지가 “어차피 공동명의로 집을 살 건데, 내가 너랑 며느리한테 2억원씩 나눠 증여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좋은 방법 같았지만, 민혁 씨 아내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아버님께 2억원을 한 번에 받는 게 나을까? ‘시아버지 1억원+ 시어머니 1억원’씩 나눠 받는 게 절세에 더 유리할까?” 알뜰살뜰한 민혁 씨 부부가 해답을 찾기 위해 증여·상속 세금전문가 ‘국세언니’를 찾아갔다.

Q. 자녀가 부모님께 4억원을 받을 경우, 누가 증여세를 내야 하나요?

증여세는 다른 사람(증여자)에게서 재산을 받으면, 그 재산을 받은 사람(수증자)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에요. 부모님에게서 돈을 받는 자녀가 증여세를 내야 하는 것이죠.

증여자가 내는 예외 상황도 있어요. 국내 거주자가 보유한 해외 재산을 외국에 거주하는 가족이나 타인에게 증여할 때는 증여자가 세금을 내야 합니다.

Q. 제가 4억원을 아버지에게 한꺼번에 증여받으면, 증여세를 얼마나 내야 하나요?

증여세는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순자산-공제총액)’에 자산 구간별 ‘세율’을 곱해 산출합니다.

이를 적용해보면, 민혁 씨가 아버지께 받은 4억원은 직계존속 증여재산으로 구분돼 공제 한도 5000만원을 적용받습니다. 과세표준 3억5000만원에 증여세율 20%(1억원 초과 5억원 이하·누진공제 1000만원)을 적용하면 6000만원이 나옵니다. 여기에 신고세액공제(180만원)를 빼주면 최종적으로 5820만원이 산출됩니다.

증여일 이전 10년 이내에 ‘동일인’으로부터 1000만원 이상을 증여받은 내용이 있다면, 그 금액도 합산해 과세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해요.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나오는데요, 바로 ‘동일인 합산’입니다. 부모님 중 한 분에게서 증여받더라도, 세법상 부모님(아버지와 어머니)은 동일인으로 간주하겠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10년간 받은 증여액을 합산해서 계산해야 해요. 즉, 아버지뿐만 아니라 어머니에게서 받은 재산도 포함해 증여세를 계산해야 한다는 뜻이죠.

Q. 어머니와 아버지가 2억원씩 나눠서 증여해도 동일인 개념에 따라 제가 부담해야 하는 총 증여세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군요.

네, 맞습니다. 아버지에게 2억원, 어머니에게 2억원을 증여받아도 세법상 부모님은 동일인으로 간주하면서 마치 한 사람에게 4억 원을 받은 것처럼 계산합니다. 직계존속 부부의 증여는 모두 더해서 과세하도록 정해져 있기 때문이죠.

쉽게 말하면, 증여세의 세계에선 ‘아버지+어머니’ 한 몸, ‘할아버지+할머니’가 또 다른 한 몸으로 하나로 묶여서 각각 계산된다고 보면 됩니다. 이렇게 합산한 이유는 배우자 간 증여자를 분산해 누진세율(재산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 적용)을 회피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서죠.

하지만 동일인 개념에도 예외가 있어요. 이혼하거나 사망한 배우자는 동일인으로 보지 않습니다. 증여재산을 합산해서 세금을 계산하지 않고 각각 산출합니다. 또한, 계부·계모(재혼한 배우자)는 동일인으로 포함되지 않습니다.

Q. 직계존속 증여공제한도 ‘5000만원’은 어떻게 계산하는 건가요?

증여재산공제는 증여를 받는 수증자 기준으로 적용되고, 직계존속이란 부모, 조부모와 같이 혈연으로 나와 직접 연결된 윗세대 가족들을 뜻해요. 그러니깐, 직계존속 증여공제한도은 부모·조부모에게서 증여받은 금액을 모두 더해 총 5000만원(미성년자 2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면제해 주겠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어머니·아버지 각각 5000만원이 아니라 내 위로 있는 부모와 조부모의 증여재산까지 모두 더하는 거죠.

또 10년 동안 받은 증여액까지 합산해 계산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5년 전에 조부모에게 2000만원을 증여받았다면, 앞으로 10년 이내에는 부모님으로부터 최대 3000만원까지만 증여세를 면제(출산·혼인증여공제 1억원 별도)받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증여재산공제는 증여 당시 수증자가 183일 이상 국내 거주한 거주자여야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외국으로 이민 간 손주의 경우, 비거주자로 분류되면서 증여재산공제를 받을 수 없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Q. 제 아내도 증여공제 한도를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요. 혈족이 아닌 시부모와 며느리, 장인·장모와 사위 관계도 증여재산공제를 받을 수 있나요?

네, 기타 친족 공제 한도인 1000만원이 적용됩니다. 민혁 씨 친족 범위에 해당하는 온 가족들이 아내한테 10년 동안 주는 모든 금액을 더한 금액이라 다소 적게 느껴지실 수 있어요. 직계존속 한도인 5000만원을 기대했다가 막상 한도를 보고 아쉬워하는 분들도 많긴 하죠.

그래도 이 한도를 활용하면 또 쏠쏠하답니다. 실제로 아버지가 민혁 씨와 며느리에게 2억원씩 준다면, 증여세는 각각 1940만원(민혁)과 2716만원(아내)이 나옵니다. 민혁 씨 부부가 부담할 증여세는 총 4656만원으로 민혁 씨 혼자 4억원을 받았을 때보다 1164만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Q. 수증자를 저와 아내 둘로 나누니 공제한도도 더 챙길 수 있었네요. 혹시 증여자도 아버지 한 명이 아니라 아버지와 어머니로 나눌 때도 세금을 아낄 수 있을까요?

아주 좋은 접근 방법이에요. 세법상 며느리와 시부모님 간의 ‘기타 친족’ 관계를 활용해 보는 거예요. 민혁 씨의 경우, 아버지가 2억원을 줄 때나 부모님이 각각 1억원씩 줄 때나 동일인 합산에 따라 증여세는 똑같잖아요.

하지만 며느리는 직계존속이 아니니깐 시부모님의 증여재산을 합치지 않고 각각 따로 증여세를 계산할 수 있죠. 바로 이 대목에서 각각 세금이 매겨지는 과표 구간도 확 낮아지는 절세 효과를 챙길 수 있습니다. 즉, 한 명이 2억원을 주는 것보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가 각각 1억원씩 증여해 보자는 겁니다.

며느리가 시부모에게 2억원을 나눠 받을 때 세금을 살펴볼게요. 시어버지가 먼저 1억원을 증여한 경우, 친족공제 1000만원이 먼저 적용됩니다. 그 후 시어머니가 증여할 경우, 이미 10년 합산 1000만원 친족공제를 모두 소진했기 때문에 시어머니 증여분은 공제 없이 세금을 계산합니다.

이때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서로 합산하지 않고 각각 증여세를 산출합니다. 앞서 시아버지 혼자서 2억원을 줬을 때는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인 증여세율 20%를 적용받았습니다. 하지만 증여자를 시부모님으로 둘로 나누면 과표 구간은 1억원으로 각각 떨어지면서 세율도 10%(1억원 이하)로 절반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Q. 이렇게 증여자와 수증자를 나누면 세율도 낮게 적용되고 증여세도 아낄 수 있겠네요.

그럼요. 이 방식으로 며느리가 내야 할 증여세를 계산해보면, 시아버지(870만원·1000만원 공제 적용)와 시어머니(970만원) 합쳐서 총 1843만원이 나옵니다. 여기에 민혁 씨가 내야 할 세금 1940만원까지 더하면 부부 총합 3783만원으로 계산됩니다.

시아버지 혼자서 민혁 씨 부부에게 각각 2억원씩 나눠줄 때(4656만원)보다 873만원이 줄어들었죠. 또 시아버지가 민혁 씨에게 몰아서 4억원을 줄 때(5820억원)보다는 무려 2037만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Q. 가족 간 증여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나요?

증여를 받을 때는 증여일 전 10년 동안의 증여 기록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증여재산은 합산 과세되기 때문에 이전 증여분을 고려하지 않으면 증여재산공제 금액과 적용 세율이 달라질 수 있어요.

특히 같은 사람(증여자)에게서 증여받은 금액이 있다면, 증여일 기준으로 지난 10년 동안 받은 금액을 합산해서 증여세를 계산해야 해요. 다만, 이전 증여가 현금이 아닌 특정한 경우(세법에서 정한 합산 제외 대상)라면 합산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증여자가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와 같이 동일인이 아니라면 증여세를 각각 따로 계산한다는 점도 잘 기억해 두세요. 증여를 받을 때는 과거 10년간 받은 증여 내역을 꼭 확인하고, 증여자를 분산해서 절세 효과를 챙겨보세요.


fo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