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일정을 당초 예정한 15일에서 대선 후인 6월 18일로 미뤘다. 이 후보 측이 낸 기일변경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서울고법은 7일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로 변경한다”고 했다. 대법원의 유죄취지 파기환송엔 “사법쿠데타”라며 격앙됐던 민주당은 이날 “당연한 결정”이라며 반색했다. 대법원 판결엔 “사법 정의가 살아있음을 확인했다”던 국민의힘은 재판 연기에 “정치 압력에 밀린 결과”라고 비판했다.

대선에 임박해 법원 판결이 정쟁 한복판에 놓인 것이다. 한 번은 유력 후보 출마에 영향을 주려는 ‘대선 개입 의도’라는 의심을, 또 한 번은 ‘거대 정당의 요구에 굴복한 결과’라는 의혹을 산 것인데, 법원이 스스로 불신을 초래한 측면이 크다. 판결의 내용과 절차가 모두 논란 대상이 됐다. 1심의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유죄가 2심에선 전부 무죄로 뒤집혔고, 대법원은 다시 유죄취지 파기환송으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조희대 대법원장 직권에 따른 전원합의체 회부 및 판결, 이후 서울고법의 기록 송달 및 재판부 배당, 공판기일 지정, 소환장 집행관 촉탁 등 절차와 속도도 관례를 벗어났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현직 부장판사가 실명으로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글을 법원 내부망에 올릴 정도로 사법부 안팎에까지 논쟁이 번졌다.

민주당은 지지층 공분을 빌미로 한 사법부 겁박으로 맞섰다. 조 대법원장의 탄핵 가능성을 언급하며 파기환송심 연기를 요구해왔으며 재판일 변경 후에도 조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오는 14일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대통령 당선 시 형사 재판을 중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행정안전위원회에선 허위사실공표죄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사법은 ‘법치주의’의 근간으로 공정과 상식의 최후 보루이며 판결의 일관성과 절차적 안정성은 국민 신뢰의 기반이다. 그러나 정국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정치 혼란과 국민 분열을 초래한 최근 일련의 판결과 절차는 과연 우리 사법부가 제 본분을 다한 결과인지 의문스럽다. 그렇다고 국회 제1당이자, 유력 대선 후보를 가진 민주당이 입법 권한을 총동원해 사법부의 독립성을 무너뜨리려는 시도 또한 정당화될 수 없다. 현존하는 사법 질서와 체제를 존중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스스로 부당하거나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대선 공약의 ‘사법개혁안’으로 내놓고 유권자 판단을 구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