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최중심 도산대로변 ‘원조 하이엔드’

탁재훈·에릭 등 거주, 재계 인사들도 집결

최근에도 호가 100억원 육박, 수요 여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소재한 고가 오피스텔 피엔폴루스 전경.[네이버지도 거리뷰 갈무리]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소재한 고가 오피스텔 피엔폴루스 전경.[네이버지도 거리뷰 갈무리]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오피스텔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소재한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시그니엘 레지던스다. 지난해 말 시그니엘은 150㎡(이하 전용면적)가 57억7000만원, 225㎡가 8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롯데월드타워가 준공되기 전, 국내에서 가장 비싼 오피스텔은 따로 있었다. 재계 인사, 유명 연예인들이 2000년대 초반 대거 자리를 잡았던 ‘청담 피엔폴루스’다.

원조 하이엔드 주거 명성…‘오피스텔 디스카운트’에도 호가 100억원 육박

피엔폴루스는 지난 2004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분양된 최고급 오피스텔이다. 92가구 규모의 단일 동(23층) 건물로 도산대로변에 위치해있다. 청담사거리와 학동사거리 사이에 있는 ‘강남 최중심’ 입지다.

인근에는 청담초·중·고, 언북초 등 학군이 형성돼있고 수인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과 7호선 청담역이 도보권이다.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은 차량으로 5분 거리이며 신사동 가로수길, 도산공원 등도 인접해 있다.

분양 당시 평(3.3㎡)당 분양가가 2300만원을 넘는 파격적인 수준이었음에도 분양 문의가 잇따랐다고 전해진다. 호텔식 현관 서비스와 철저한 보안시스템, 최고급 인테리어 등이 적용돼 관심이 집중됐다. 부대시설은 회원제로 운영된 수영장, 스파 ‘템플럼’, 피트니스센터 등이 마련됐다. 내부에는 미국 서브제로 냉장고, 독일 쿠스한트 제 그릴 등 고급가전이 사용됐다.

준공된 지 약 20여년이 넘었지만 이곳은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9일 88㎡ 매물이 26억원에 팔렸고, 93㎡은 2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큰 평수인 195㎡는 2024년 8월 74억원까지 상승했다.

최근 매매 호가는 더 높다. 89㎡는 28억원, 133㎡는 70억원에 달한다. 약 2년 전 74억원에 팔린 195㎡ 매물은 95억원에 나와 있다. 아파트 선호에 밀려 ‘오피스텔 디스카운트’가 적용됐다고 하지만, 초고가 주택의 명성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에릭·탁재훈 등 ‘연예인 오피스텔’로 명성 떨쳐…재계 회장들도 거주

피엔폴루스의 명성은 유명 인사들의 거주 이력과 함께 더욱 높아졌다. 2004년 당시 대기업 회장, 재벌 2세, 기업 최고경영자(CEO), 연예인 등의 분양 소식이 이어졌다. 이 곳을 거쳐간 재계 인사로는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김순무 한국야쿠르트 전 부회장,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회장(총괄 프로듀서), 박관호 위메이드엔터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등이 있다.

이수만 전 회장은 15층에 위치한 133㎡짜리 두 개 호실을 2006년 1월부터 보유하다 2022년 각 30억원에 매각했다. 두 호실을 합친 차익이 최소 30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가수 에릭, 탁재훈 등이 이곳을 보유했으며 배우 한효주도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말에는 배우 김성령이 당시 최고가인 41억원에 138㎡짜리 호실을 매수했다.

인기그룹 에스파에 소속된 지젤 역시 지난해 채권최고액 약 1억원 수준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월세로 거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피엔폴루스의 월세 호가는 195㎡ 보증금 2억원·월세 1900만원, 138㎡ 보증금 5억원·월세 1000만원, 93㎡ 보증금 1억원·월세 700만원 등이다. 국정농단이 불거졌던 2016년에는 최서원(본명 최순실) 또한 이곳을 보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1980년대 중반 등장한 오피스텔…‘투기수단’ 논란 등 부침 겪기도

오피스텔은 1980년대 중반부터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1985년 건설부가 건축법에 주거겸용 오피스텔을 건축할 수 있는 조항을 삽입하며 처음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홍콩, 싱가포르처럼 일부 영세자영업자들이 심야에 일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거나 주거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한다는게 출발이었다.

첫 오피스텔은 고려아카데미1로, 1987년 서울 마포 가든호텔 건너편에서 탄생했다. 뒤이어 마포에 삼창프라자, 고려아카데미2 등이 연이어 등장하며 이곳을 중심으로 오피스텔 붐이 일어났다.

1991년 6월 30일자 경향신문 지면. [출처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1991년 6월 30일자 경향신문 지면. [출처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초기에는 무역상, 자영업자들의 인기를 끌다가 건설업체들이 오피스텔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마포, 종로를 거쳐 강남 테헤란로 등에 대거 공급됐다.

그러다 1990년대 초반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오피스텔 인기도 사그라들었는데, 1998년 글로벌경제위기(IMF) 등의 여파로 아파트 투자가 매력을 잃자 다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오피스텔은 ‘1가구 2주택’ 비과세 대상이 되면서 자산가들의 인기를 끌었다. 사무용 빌딩 공급부족 사태도 오피스텔 인기를 뒷받침하는 요인이었다.

전문가 “공실 리스크에도 자산가라면 하나쯤 보유”

최근 들어 오피스텔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다만 흐름은 서울로 집중된다.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 아파트를 토지허가구역으로 묶자 아파트 대체제로 오피스텔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오피스텔 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서울의 오피스텔 전세가격은 0.24% 상승했다. 상승률로 보면 지난 2021년 4분기(0.82%) 이후 17개 분기(4년 3개월)만에 가장 높다. 오피스텔 전세가는 지난해 2분기 0.02% 하락했다가 3분기(0.07%) 상승 전환한 후 4분기(0.15%)에도 상승했다.

월세 상승폭은 더욱 가파르다. 서울 오피스텔 월세는 1분기 0.75% 뛰었는데,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았던 전분기(0.76%)와 유사하다.

서울 강남구 오피스텔 밀집지역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오피스텔 매물 시세표가 붙어있다.[연합]
서울 강남구 오피스텔 밀집지역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오피스텔 매물 시세표가 붙어있다.[연합]

이 가운데 초고가 오피스텔은 자산가들의 핵심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강남권 최중심에 자리할수록 아파트보다 희소성을 띄기 때문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아파트에 비해 대출 규제 영향을 덜받는 점도 오피스텔에 대한 꾸준한 수요가 발생하는 요인”이라며 “심지어 자산가들은 기존 현금으로 매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희소성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다만 높은 임대료에 따른 공실 리스크는 변수로 꼽힌다. 최근 유튜버·인플루언서 등의 수요로 하이엔드 오피스텔 월세가 상승하고 있지만, 가격이 과도할 경우 기대 수익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h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