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피’에 연일 울리는 경고등, 대책은?
국내 증시가 유례없는 변동성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습니다. 작년 말 4214.17이었던 코스피는 지난달 19일 장중 최고점인 9385.59를 찍은 뒤, 약 3주새 7000선까지 다시 후퇴했습니다.
증시가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시장의 안전장치인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도 역대급으로 발동되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 역사상 코스피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단 13번뿐입니다. 2000년 유가 급등, 2001년 미 9·11 테러,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역사적 위기 상황에서만 터지던 말 그대로 ‘비상 브레이크’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7월15일 기준) 이 비상 브레이크가 7번이나 가동됐습니다. 3월 미국-이란 전쟁과 이에 따른 중동발 유가 급등 영향으로 2번, 6월 미국 금리 인상 우려로 인한 반도체주 급락 등으로 2번, 이어 7월에도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 등으로 2번이 추가됐습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3월(미-이란 전쟁)과 6월(반도체 피크아웃) 각각 1번씩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습니다.
서킷브레이커보다는 약한 조치인 사이드카는 더욱 빈번했습니다.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된 횟수는 무려 36회에 달했습니다. 국내 증시 역사상 전체 발동 횟수 96회 중 3분의 1 이상이 올해 집중된 것입니다.
코스닥에서는 올해 21번의 사이드카가 발동됐는데, 역사상 105번 중 약 5분의 1에 해당합니다. 극심한 변동성 장세에 쉽사리 매수에 나서는 것도 매도를 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역대 13번 ‘서킷브레이커’ 중 7번이 올해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는 언제, 어떻게 발동되는 걸까요?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우선 두 장치 모두 주식 시장이 급변할 때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서킷브레이커는 주식 시장의 ‘비상 브레이크’로, 보다 강력한 장치입니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급락하는 경우 투자자들에게 냉정한 투자 판단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시장에서의 모든 매매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이죠.
과부하가 걸리면 전기를 끊어 화재를 막듯이, 주식 시장에서도 패닉이 번지기 전에 거래를 멈춰 투자자들이 숨을 고르고 냉정하게 판단할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1998년 12월7일에 도입됐습니다. 당시 1997년 외환위기(IMF) 여파로 주식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는데, 가격제한 폭을 상하 12%에서 상하 15%로 확대하면서 투자자 보호 장치로 서킷브레이커를 함께 도입했습니다.
도입 초기에는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10%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 발동되는 단일 단계 구조였습니다.
이후 2015년 6월에 가격제한폭이 상하 30%로 다시 확대되면서, 현재의 8%→15%→20% 3단계 체계로 개편됐습니다. 코스닥 시장에는 2001년 10월15일에 도입됐습니다.
1단계는 코스피(또는 코스닥)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하고, 그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발동됩니다. 20분간 모든 매매가 중단된 뒤 10분간 단일가 매매로 재개됩니다.
2단계는 전일 종가 대비 15% 이상 하락하면서 1단계 발동 지수보다 1% 이상 추가 하락(1분간 지속) 시 20분간 매매거래가 중단됩니다.
3단계는 전일 종가 대비 20% 이상 하락하고, 2단계 발동 지수 대비 1% 이상 추가 하락(1분간 지속) 시 발동됩니다. 특히 3단계가 터지면 그날 장은 바로 종료됩니다. 다행히 아직 국내 증시에서 3단계가 발동된 적은 없습니다.
중요한 점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면 모든 거래가 멈춘다는 것입니다. 거래가 모두 중단돼 누구도 사고팔 수 없습니다. 시장 전체가 ‘올스톱’되는 것이죠.
서킷브레이커의 원조는 미국입니다. 1987년 10월 19일 ‘블랙먼데이’(다우지수 하루 22.6% 폭락) 이후 뉴욕증권거래소가 처음 만들었고, 효과가 인정되면서 각국에 퍼졌습니다.
‘과속 방지턱’ 사이드카…하루 한 번 울리는 경계 경보
사이드카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 전 일종의 ‘경계경보’ 성격이 짙습니다. 정식 명칭은 ‘프로그램매매 호가 효력 일시정지 제도’입니다. 서킷브레이커가 비상 브레이크라면, 사이드카는 속도를 줄이는 ‘과속 방지턱’에 가깝습니다.
서킷브레이커와 가장 다른 점은 ‘개인 투자자’의 멈춤 여부입니다. 사이드카가 발동돼도 개인투자자들은 매매를 할 수 있습니다. 기관, 외국인이 사용하는 프로그램 매매(자동거래)만 잠시 멈춥니다.
또 사이드카는 매수·매도 양 방향으로 발동되지만, 서킷브레이커는 하락장에서만 나타납니다.
사이드카 발동 기준은 선물시장입니다. 유가증권 시장의 경우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 중 직전 거래일 거래량이 가장 많은 종목의 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변동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발동됩니다.
발동되면 프로그램 매매(기관·외국인이 사용하는 자동 매매)가 5분간 멈춥니다. 발동 5분 후 자동으로 해제됩니다. 유가증권 시장에 사이드카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96년 11월25일입니다.
코스닥 시장에는 비교적 늦은 2001년 3월5일에 도입됐습니다. 코스닥의 경우 전일 대비 코스닥150 선물이 6% 이상 변동하고, 코스닥150 지수는 3% 이상 변동한 뒤, 1분간 지속되어야 발동됩니다.
하루 1번만 발동 가능하며 장 시작 후 5분 동안, 장 마감 40분 전부터는 발동되지 않습니다.
매수 사이드카의 경우 주요 산업에서 대형 호재가 발표되거나,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국 증시가 급등하는 상황에 발동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매도사이드카는 미국 금리 인상이나 고용지표 발표가 시장의 예상과 달라 외국인 자금이 한꺼번에 빠질 때, 전쟁이나 유가급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나올 때 주로 발동됐습니다.
다만, 사이드카가 발동됐다고 시장의 방향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상승장이면 계속 오를 수 있고, 하락장이면 더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사이드카는 가격의 ‘방향’이 아니라 ‘속도’만 잠시 늦춰주는 역할을 합니다.
서킷브레이커 울린 다음날은?
과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이후 흐름을 보면, 다음날 코스피가 반등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는 흐름을 보인 것이죠.
13차례 가운데 다음 거래일 코스피가 상승한 사례는 9차례로, 약 70%를 차지했습니다.
2001년 9월12일 다음날 4.97%, 2020년 3월19일 다음날에는 7.44%, 올해 3월4일에는 9.63%, 3월9일엔 5.35%, 6월8일엔 8.18% 반등하는 등 급락 직후 기술적 반등이 나타난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서킷브레이커 다음날 오히려 하락하거나 반등 폭이 약해지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6월26일 발동 다음 거래일에는 -0.20%, 7월7일 이후엔 -5.35%를 기록했습니다. 7월13일 발동 이후엔 상승 폭이 0.73%에 그쳤습니다.
코스피가 올해 전례없이 급등함에 따라 급락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이 더욱 거세지고 있고,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신용거래 반대 매매,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등이 겹치며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코스피를 지탱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는 상황이라 장기적으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7월13일 서킷브레이커 발동 이후 2거래일 뒤인 15일 코스피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면은 경제 및 금융 시장의 주요 지표들을 볼 때 닷컴버블붕괴, 금융위기 혹은 코로나 국면과 대비할 만큼의 강력한 극단적 불확실성을 반영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특히 펀더멘탈 및 밸류에이션을 감안 시 현재의 지수 급락은 과도한 언더슈팅으로 보이는 만큼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는 악재보다 호재에 좀 더 민감한 국면으로의 전개를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국증시는 과거 실적이 좋을 때는 나타나지 않던 수준의 낙폭을 기록했다”며 “반등에 필요한 것은 이 가격이면 다시 사볼만 하다는 심리이며, 심리의 트리거는 금리 안정 및 자본공급자를 안심시킬 이벤트”라고 조언했습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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