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요청, 서울시에 시정명령 검토

서울시 “인가 취소 근거 없다…종로구 권한”

용산공원 이어 국토부·서울시 갈등 확산

종묘 앞쪽에 위치한 세운4구역.  [연합]
종묘 앞쪽에 위치한 세운4구역. [연합]

국토교통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경관 훼손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국토부는 국가유산청의 요청에 따라 서울시에 시정명령을 내리는 방안부터 직접 인가 처분을 취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인가를 취소해야 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종묘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26일 국토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세운4구역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가 주무부처를 국토부로 판단하면서, 국토부가 직접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직접 변경인가를 취소하더라도 서울시·종로구와 협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세운4구역 인가 처분이 (세계유산영향평가 관련) 법령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검토 중이며, 아직까지 시정명령이나 취소 여부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방자치법 제188조(위법ㆍ부당한 명령이나 처분의 시정)를 근거로 주무부처에 ‘단계별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우선 서울시에 종로구의 인가처분 취소 시정명령 조치를 내리고, 서울시가 이를 불이행시 종로구에 직접 시정명령하거나, 이 두가지가 모두 불발될 경우 이를 국토부(주무부처)가 직접 취소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단계별 조치 데드라인을 특정해 요구한 건 아니다”라면서 “현재 국토부의 진행 상황을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문헌 전 종로구청장은 임기 말인 6월 18일 세운4구역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 결재안을 직접 기안해 결재했고, 그다음날 곧장 구보를 통해 이를 고시했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에 이를 취소하는 시정명령을 요구했다. 7월에도 추가 공문을 보내 시정명령을 내리고 조치 결과를 회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국가유산청장은 제188조에 규정된 주무부처 장관이 아니기 때문에 권한이 없다”며 국가유산청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가 처분의 위법 여부를 문제 삼으려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무부처가 돼야 한다는 게 서울시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행안부가 주무부처를 국토부로 지정하면서 국토부가 이를 검토하게 됐다.

서울시는 국토부가 나선 이후에도 세운4구역 변경인가에 대한 시정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의견 등을 고려해 종로구청장이 결단한 부분을 서울시가 뒤엎겠다고 나설 순 없다”며 “우리는 종로구청의 고유권한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세운4구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맞은편에 최고 142m 높이의 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사업이다. 해당 안에 따르면 청계천변 건축물 최고높이를 기존 71.8m에서 청계천변 141.09m로 올리고(종로변 54m→98.7m)로 건물 층수는 20층에서 38층으로 상향됐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종묘 경관이 훼손될 수 있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먼저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서정은·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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