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매파 발언에 9월 금리인상 확률 57.5%…美 3대 지수 동반 하락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3.47%↓…8월 수출·美 기술주 실적 주목
[헤럴드경제=송하준 기자]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으로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면서 31일 국내 증시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AI)·반도체주가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이번 주 한국의 8월 수출과 미국 기술기업 실적 등이 국내 반도체주의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23.49포인트(1.79%) 내린 6788.88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한때 낙폭을 0.15%까지 줄였지만 상승 전환에는 실패한 채 다시 하락폭을 키웠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8548억원, 1조187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4194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기타법인도 1조6206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강도 반도체 관세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삼성전자는 3.38%, SK하이닉스는 4.45% 하락했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76포인트(0.09%) 오른 838.41로 장을 마쳤다.
주말 사이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워시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면서 뉴욕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02%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0.25%, 0.52% 하락했다.
워시 의장은 기조연설에서 “우리의 책무 중 하나인 물가 안정 측면에서 볼 때, 관련 지표들이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겐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연준이 9월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빠르게 반영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이 반영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57.5%로 집계됐다. 전날 35.4%에서 20%포인트 넘게 뛰면서 동결 확률(42.5%)을 넘어섰다.
미국 국채금리도 상승했다. 2년물 국채금리는 전장보다 11.8bp(1bp=0.01%포인트) 오른 연 4.348%를 기록해 지난 3월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폭을 나타냈다. 10년물 금리는 5.0bp 오른 연 4.72%, 30년물 금리는 1.6bp 상승한 연 5.20% 수준을 기록했다.
금리 상승에 민감한 AI·반도체주도 약세를 보였다. 직전 거래일 호실적 발표 이후 8.74% 급등했던 엔비디아는 4.57% 하락했고 마벨테크놀러지는 10.28% 급락했다.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는 0.35% 내렸고 마이크론(-0.27%), 웨스턴디지털(-0.55%), 시게이트(-2.06%) 등 주요 반도체주도 대체로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47% 떨어졌다.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7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반도체 업종의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미 증시는 장중 워시 발언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장기 금리까지 상승하자 인공지능(AI) 반도체 및 테마주를 중심으로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증시 상장지수펀드(ETF)는 1.07% 하락했고 코스피200 야간선물지수도 0.36% 내렸다. 이에 이날 국내 증시도 워시 의장의 발언과 미국 금리 상승에 영향을 받아 상승세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워시 의장의 발언이 시장 흐름을 크게 뒤흔들 정도의 충격은 아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워시 의장의 발언은 매파적으로 해석됐지만 지난 금요일 미국 3대 지수의 하락폭이 제한된 점을 미루어 보아 시장의 감당 가능 범위를 넘어선 쇼크는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특히 9월 1일 발표되는 한국의 8월 수출이 반도체주의 흐름을 가를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근 반도체주 약세는 펀더멘털 훼손이 아닌 높아진 기대치와 수급 이슈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며 “8월 수출 호조 확인 이후 반도체주의 주가와 수급 변화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8월 수출 증가율 시장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62.9%로, 반도체 수출도 100%대 중후반의 증가세를 이어갈지가 관건이다.
미국에서는 한국시간 9월3일 발표되는 브로드컴 실적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한 연구원은 AI 가속기와 네트워크 매출의 성장세와 향후 AI 매출 전망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브로드컴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을 경우 AI 수요가 반도체를 넘어 네트워크 등 인프라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기대가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연구원은 이번 주 코스피가 한국 수출과 미국 고용지표·기술주 실적 등에 영향을 받으며 7000선 진입을 재시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예상 범위로 6400~7200을 제시했다.
hajun82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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