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평형이동 부담…“실질 혜택되게 보완”
국토부엔 미리내집 비율 50→70% 건의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공임대주택의 역할을 저소득층 주거 지원에 한정해서는 안 된다며 중산층까지 양질의 공공주택 공급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강남권 신축 아파트에도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을 공급하는 데 대해 고가 공공임대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만,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는 공공주택의 역할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취지다.
오 시장은 1일 오전 송파구 신천동 잠실르엘 미리내집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는 공공임대는 무조건 저소득층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강했다”며 “지금은 그런 철학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서울시가 장기전세주택 ‘시프트(SHift)’를 도입할 당시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기전세주택은 당시 무주택 중산층이 집을 사지 않고도 주변 시세의 80% 이하 수준에서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오 시장은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고 숨통을 틔워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며 신혼부부와 청년층의 출산·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의 공급 대상과 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 시장이 찾은 잠실르엘은 전체 1865가구 가운데 미리내집 98가구와 기존 장기전세주택 100가구가 포함된 단지다. 미리내집 전용면적 45㎡의 보증금은 약 6억2000만원, 51㎡는 약 7억원, 59㎡는 8억42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최근 미리내집 공급이 강남권 고가 단지까지 확대되면서 정책 대상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청담 르엘 전용 59㎡ 미리내집 보증금은 11억7000만원,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84㎡는 13억8840만원으로 책정됐다. 공공임대주택임에도 수억원대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신혼부부에게만 유리해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 시장은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일정 물량을 임대주택으로 확보해 미리내집으로 공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 단점은 안고 갈 수밖에 없다”며 “청년이나 신혼부부가 입주하기 어려운 가격대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고 이를 어떻게 보완할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 신혼부부와의 만남에서는 주거 안정이 출산 결정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와 함께 보증금 마련, 장기 거주, 평형 이동 등에 대한 현실적인 건의가 이어졌다.
최근 출산한 한 입주민은 “좋은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되면서 아이를 한 명 더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신혼부부가 수억원의 보증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고 정책대출을 이용하는 데도 제약이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 신혼부부 전용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은 수도권 임차보증금 4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해 잠실르엘 미리내집은 대상에서 벗어난다. 여기에 지난해 6·27 대책으로 수도권 대출 한도도 3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축소됐다.
서울시는 정부에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대상 주택의 임차보증금 기준을 현행 4억원에서 6억7500만원으로 높이고, 수도권 대출 한도도 종전 3억원 수준으로 복원해 달라고 지속해서 요청하고 있다.
또 다른 입주민은 “20년 뒤 물가와 집값이 얼마나 오를지 모르는데 그때 실제로 집을 살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출산 시 거주기간 추가 연장이나 지분적립형 매입 방식 등을 제안했다.
자녀가 늘면 더 넓은 미리내집으로 옮길 수 있도록 이주 조건을 개선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입주민들은 현재도 빈집 발생 시 이동이 가능하지만 시기와 지역을 예측하기 어렵고, 단지 어린이집도 입주 직후 대기자가 세 자릿수까지 생겼다고 호소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자녀 출산 시 분양가 10% 할인에서 부터 5자녀 출산 시 분양가를 50% 할인하는 혜택이 있긴하지만 실제 활용 가능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실질적인 혜택으로 바꿀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평형 이동 문제에 대해서는 “결국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야 선택지가 생긴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장기전세주택 가운데 미리내집으로 공급할 수 있는 비율을 확대해 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구하고 있다. 오 시장은 “현재 국토부에 장기전세주택 가운데 미리내집으로 공급할 수 있는 최대 비율을 50%에서 70%로 높여달라고 건의했다”며 “물량이 늘어나면 입주민들의 이주 수요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논의 중인 신규택지에서도 미리내집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오 시장은 “정부와 논의 중인 신규택지는 일정 비율 이상을 미리내집으로 할당하는 것을 전제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완화도 추가 공급 수단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재개발 단지의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2배로 높이는 방안도 국토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라며 “계획보다 더 빠른 속도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24년 7월 미리내집을 처음 공급한 이후 지난달까지 총 7108가구를 공급했다. 앞으로 매년 약 4000가구를 확보해 2030년까지 1만7500가구를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qu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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