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m 공인 경기장·훈련공간 부족…유망선수 타 지역 유출 우려
서울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아우르는 ‘서울형 우선대관 기준’ 제안
한강 야외수영장 사계절 스포츠 플랫폼으로…전문·생활체육 선순환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수영선수들이 마음 놓고 훈련할 수 있는 50m 레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시민 이용이 집중된 공공수영장에서는 전문선수 훈련시간을 확보하기 어렵고, 유망주들은 적합한 환경을 찾아 서울 밖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우영우 서울시수영연맹 회장이 서울 수영의 미래를 위해 ‘공인 경기장·훈련공간 확충’과 ‘공공체육시설 활용체계 개선’을 함께 강조하는 이유다.
우 회장은 지난 17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수영의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공인 50m 경기장과 전문선수 훈련공간 부족을 꼽았다. 동시에 이를 한 종목의 문제가 아닌 서울시체육회 78개 회원종목단체가 함께 풀어야 할 서울 체육의 구조적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특별시수영연맹에 대해 학교수영과 생활체육, 전문체육, 선수 육성을 잇는 현장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수 발굴에서 전문선수, 실업팀 진출까지 이어지는 성장 경로를 뒷받침할 기반은 충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특히 25m 수영장 중심의 환경은 전문선수 육성에 한계가 있다는 게 우 회장의 설명이다. 성장기 선수들이 평소 50m 레인에서 충분히 훈련하지 못해 대회에 출전해서야 경기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공공수영장은 시민 이용 수요가 많아 선수들이 필요한 시간대에 레인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이른 아침 등 제한된 시간을 활용하거나 서울 밖으로 이동해 훈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는 “선수는 서울에서 키우면서 정작 선수의 미래는 다른 지역에서 보장받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유망주가 서울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수영만의 문제 아니다”…회원종목단체 아우르는 시설 활용체계 필요
서울 수영계가 겪는 어려움은 다른 종목과도 맞닿아 있다. 서울시체육회 산하 78개 회원종목단체 역시 종목별 여건은 다르지만 훈련, 경기,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공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배구, 농구, 배드민턴, 체조, 빙상, 수영 등 경기 방식은 달라도 한정된 체육 인프라를 어떻게 배분하고 활용할 것인가는 공통된 현안이다.
이에 우 회장은 ‘서울형 공공체육시설 우선대관 기준’을 제안했다. 특정 단체에 혜택을 주자는 것이 아니라 체육진흥과 공공성을 기준으로 이용 우선순위를 객관화하자는 취지다.
서울시체육회 회원종목단체가 주관하는 공식대회, 선수 선발전, 전문선수 훈련, 청소년 육성 프로그램, 서울시 대표선수 관련 활동 등은 일반적인 사적 이용과 성격이 다른 만큼 이를 반영할 제도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우선대관제가 특혜로 비칠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아무런 원칙 없이 특정 단체에 혜택을 제공하는 것과 체육진흥이라는 공적 목적에 따라 이용 순서를 정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의 핵심 원칙으로는 △특혜가 아닌 객관적 기준 △특정 종목이 아닌 전체 종목에 대한 동일한 적용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투명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각 단체가 연간 훈련과 경기 일정을 보다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새로 짓는 것만이 답 아니다”…한강 수영장 사계절 활용 제안
경기장 확충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서울에서 국제·전국 규모 수영대회를 개최하고 선수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려면 공인 50m 경기장과 충분한 훈련공간이 필요하다.
다만 모든 종목에 필요한 전용 인프라를 단기간에 새로 건립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는 신규 인프라 확보와 함께 이미 조성된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산하기관, 교육청, 미래한강본부 등이 관리하는 체육시설을 기관별 자산에 머물게 하지 않고 서울 시민과 체육계가 함께 활용하는 ‘공공 스포츠 자산’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방안으로 한강 야외수영장의 사계절 활용을 제시했다.
현재 여름철에 이용이 집중되는 한강 야외수영장을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시민 여가, 선수 훈련, 안전교육, 문화 콘텐츠를 함께 담는 복합공간으로 활용하자는 구상이다.
여름에는 가족 물놀이와 생존수영을 운영하고 야간에는 선셋풀이나 플로팅 시네마 등 문화 프로그램을 접목할 수 있다. 비수기에는 일부 공간에 에어돔 등을 활용해 선수 훈련과 시민 강습을 진행하고 봄·가을에는 회원종목단체 체험행사와 스포츠 박람회 등을 개최하는 방식이다.
선수 이용 확대가 시민의 시설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시간과 공간을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전에는 선수·동호인 훈련과 아쿠아 피트니스를 운영하고, 낮에는 시민 물놀이와 수상안전 체험, 저녁에는 야간 문화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우 회장은 한강 수영장을 단순히 연중 개장하는 개념을 넘어 스포츠와 시민 건강, 문화가 결합된 ‘사계절 스포츠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종목별 민원 넘어 하나의 생태계로”…서울 체육 구조 바꿔야
궁극적으로 그가 강조한 것은 서울 체육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각 종목이 필요한 경기장이나 훈련공간을 개별적으로 요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78개 회원종목단체를 하나의 스포츠 생태계로 보고 시설, 선수 육성, 실업팀, 생활체육을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를 발굴해 학교와 클럽에서 육성하고 전문선수로 성장시킨 뒤 실업팀과 기업팀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퇴 후에는 지도자, 심판, 생활체육 전문가 등으로 다시 현장에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도 제시했다.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역시 시설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전문체육이 성장하면 시민에게 새로운 볼거리와 목표를 제공하고, 생활체육의 저변이 확대되면 다시 우수선수를 발굴할 토대가 넓어진다는 설명이다.
우 회장은 “서울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시인 만큼 체육에서도 그에 걸맞은 기반을 갖춰야 한다”며 “선수를 서울에서 발굴하고 육성해 서울에서 경기하고, 시민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 서울 체육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7toy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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