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복합상가 칼부림 현장 가보니
의자 던지며 피의자 막아선 상인들
충격받은 상인 “청심환 먹고 출근”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4층 영화관에는 어린 사람들 많지. 칼 들고 올라가면 큰일 나겠다 싶었어.”
14일 오전 인천 남동구 구월동 복합상가에서 만난 상인 신인수(65) 씨는 전날 시민들을 상대로 묻지마 칼부림을 저지른 피의자 A씨를 막아섰던 상황을 이야기했다. 신씨는 손에 흉기를 쥔 채로 상가건물 2층 식당가를 휘젓고 다니는 범인을 의자를 들고 따라나섰다. 영화관이 있는 4층까지 오르면 어린 학생들이 다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고민할 틈도 없이 몸이 움직였다고 했다.
피의자 A씨가 4층 영화관 진입에 실패해 에스컬레이터를 돌아 내려오자 시민들과 힘을 모아 그를 의자로 눌러 제압했다.
범행이 벌어진 복합상가에서 20년 넘게 쌈밥집을 운영하는 신씨는 ‘무섭지 않았냐’는 질문에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이 그걸 보고 춤추고 있겠냐”며 “영화관으로 가기 전에 막혀 이 정도로 그친 게 다행이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칼부림 현장에서 나선 건 신씨뿐만 아니었다. 식사를 하던 한 손님은 자기 넥타이를 풀어 흉기에 찔려 피를 쏟는 부상자를 지혈하기도 했다. 다른 식당 사장은 “밥 먹던 손님들이 너나 할 거 없이 나섰다”며 “지혈을 위해 천을 찾길래 빨아놓은 행주를 건넸다”고 말했다. 난동범을 잡겠다며 장우산 등을 손에 잡히는 대로 들고 쫓은 시민들도 있었다고 한다.
최초 피해 상황부터 목격한 백반집 사장 김모 씨는 “푸드코트 입구 쪽에 다이소 직원들이 식사하고 있었다”며 “나타나자마자 망설이지도 않고 흉기를 휘둘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 뒤로 손님들은 혼비백산 도망가거나 의자를 던지며 저지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라면집 사장 최모(63) 씨는 “처음엔 의자를 집어던지고 소리 지르길래 싸움 난 줄 알고 지켜보는데 흉기를 휘두르는 걸 보고 남편과 조리대 밑에 숨었다”며 “남편이 나서겠다고 해서 끝까지 막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난동범이 주로 여자만 쫓는 거 같았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딸이 어제 소식을 듣자마자 가스총을 주문했다고 하더라”며 “오늘도 청심환을 먹고 출근했다. 작은 소리만 나도 놀란다”고 했다.
경찰은 그 직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A씨를 넘겨받아 검거했다.
경찰은 이씨와 나씨, 신씨 등 당시 5명의 시민이 철제 의자 등을 들고 A씨와 맞선 것으로 파악하고 이들에게 포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은 A씨 제압에 나서 피해가 확산하는 걸 막은 시민들에게 포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천광역시도 이들 시민들에 대한 정부 포상도 요청했다.
검거된 난동범…범행 동기 조사 위해 프로파일러 투입
경찰은 A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 집중 수사하고 있다. 이날 인천 남동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조사에서 “치료받은 병원에 대한 불만이 있었고 병원 측의 신고에 따라 경찰 수사를 받게 된 데 불만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신고에 따른 불만을) 사회적으로 알리고 싶어 관심을 끌 목적으로 범행했다”며 “대상을 특정하지는 않았고, 나보다 힘없어 보이는 사람을 골랐으나 살해할 목적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A씨는 인천시 계양구에 있는 모 병원에서 무좀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지난 8월부터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왔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조사관 3명을 투입해 범행 동기에 대한 A씨의 진술을 검증하기로 했다. 남동경찰서는 이날 중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동기와 관련한 A씨의 주장이 있으나 불만이 있는 병원이 아닌 복합상가에서 일면식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범행한 이유로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아 계속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날 흉기 난동으로 크게 다친 8명은 치료받고 있다. 경찰은 “8명 중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1명은 전날 응급수술을 받고 심장박동이 돌아왔으나 의식 불명으로 자가호흡은 힘들어 현재 기계호흡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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