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영업익 전망치, 올해 2배 이상

일각선 내년 1조 넘는다 전망도

중국 철강 감산·원재료 가격 안정 등 영향

현대제철의 당진제철소.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의 당진제철소. [현대제철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영업이익이 1000억원대까지 뒷걸음질쳤던 현대제철이 다시 ‘1조원대 이익’ 복귀를 바라보고 있다. 연 2조원씩 이익을 남겼던 과거 호황기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길었던 철강 불황이 바닥을 지나 반등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증권사들이 제시한 현대제철의 내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는 669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 2932억원보다 약 128% 증가한 규모다. 2028년 영업이익은 7698억원으로 예상돼 가파른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현대제철은 철강업황이 호황을 누리던 2021년 사상 최대인 2조447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2022년에도 1조616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3년 7983억원, 2024년 1595억원으로 급감하며 3년 새 영업이익의 93.5%가 증발했다. 지난해에는 2192억원으로 소폭 회복했지만 여전히 2021년 호황기와 비교하면 9% 수준에 그쳤다.

현대제철 연도별 영업이익 추이
현대제철 연도별 영업이익 추이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실적 반등세가 뚜렷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철강업황이 장기 하락 사이클을 끝내고 완만한 상승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진단과 함께 회복 속도를 더 가파르게 보는 시각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이 내년 1조1620억원, 2028년 1조369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전망대로라면 5년 만에 1조원대를 복귀하고, 2028년에는 2025년의 약 6배에 달하는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철강 수요가 다시 늘어나고 중국발 공급 과잉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현대제철의 실적 반등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철강협회(WSA)가 12일 발표한 단기 수요 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 철강 수요는 17억2200만톤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지만, 내년에는 1.7% 증가한 17억52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철강 수요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지난해 8.9% 급감했던 한국의 철강 수요는 올해 1.8% 증가한 4440만톤을 기록하고, 내년에는 1.3% 늘어난 45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회복 속도가 가파르지는 않지만 장기간 이어진 수요 부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알폰소 이달고 데 칼세라다 세계철강협회 경제위원회 의장은 “중국을 제외한 지역의 철강 수요는 올해 1.5% 증가한 데 이어 내년에는 4.0%까지 성장세가 빨라질 것”이라며 “이는 최근 들어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증가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4월 예상했던 회복세가 약해진 것은 아니다. 중국의 구조적인 수요 위축과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 시장 혼란이 회복 흐름을 가리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생산되는 냉연강판. ESS 인클로저의 주요 강재로 사용된다.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생산되는 냉연강판. ESS 인클로저의 주요 강재로 사용된다. [현대제철 제공]

수요 회복과 함께 중국의 철강 공급 조정도 업황 개선을 이끌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철강 생산을 억제하는 가운데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에 따른 인프라 투자 확대가 현실화하면 철강 수급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와 베트남 등 신흥국의 철강 소비 증가도 글로벌 수요 회복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재료 가격 안정도 수익성 개선을 뒷받침할 요인이다. 주요 광산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와 아프리카 기니 시만두 광산의 생산 개시 등으로 철광석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철강 제품 판매가격은 회복되는 반면 원재료 비용이 안정되면 두 가격의 차이인 ‘스프레드’가 확대된다. 고정비 부담이 큰 철강업은 스프레드가 소폭 개선되더라도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현대제철 자체적으로도 자동차강판과 후판의 판매가격 인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비수기와 파업 등으로 줄었던 판매 물량이 회복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경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경 [현대제철 제공]

다만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국내 철강 수요가 증가세로 돌아서더라도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철근·형강 등 건설용 철강재의 수요 회복은 제한적일 수 있다. 중국 역시 철강 생산을 줄이더라도 내수 수요가 더 빠르게 감소하면 저가 수출 압박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추진 중인 연산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도 중장기 성장 기반으로 꼽힌다. 다만 상업생산 개시 시점이 2029년 1분기로 예정돼 있어 실제 실적에 본격적으로 기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강산업은 20년 가까이 지속된 역사적인 장기 다운 사이클을 마감하고 이익이 증가하는 사이클 전환기에 도달했다”며 “중국의 철강 생산 조정과 글로벌 수요 회복, 원재료 수급 여건 개선이 맞물리면서 철강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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